서양화가 김성희씨의 작품에선 "문학적" 냄새가 난다.

그는 작품의 소재와 대상을 끊임없이 단순화하고 정제함으로써 산문보다는
시에 가까운 함의와 상징이 두드러진 화면을 얻어낸다.

그가 그리는 대상은 사람이나 새 나무 바다 꽃 등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화면에 옮겨질때는 화가의 내면에서 용해되고 응축돼
현실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표현된다.

30일부터 6월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상(730-0030)에서 갖는
개인전 출품작들에서도 이같은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세월을 비껴가며" "침묵하는 나무에도 새는 날아들고" "나의 시, 나의 삶"
"밀애" "새는 늘 외롭고 인간은 때로 외롭다" 등 한결같이 시적 감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회색과 청색을 주조로 한 그의 그림에는 삶이 늘 즐겁고 편안한 것은
아닌 만큼 희망은 물론 슬픔과 외로움까지 함께 끌어안고 가야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제5회 오늘의 미술가상 수상기념으로 마련된 전시회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