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은 "싱가포르 주식회사"의 기획조정실 겸 재무성
이다.

외국기자가 이곳의 관리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2~3주 전부터 수차례 영문편지와 e-mail(전자메일)을 교환한 끝에 겨우
얻어낸게 30분짜리 "쇼트 미팅"이었다.

인터뷰도 지극히 원칙적이었다.

안내책자와 정책자료를 한아름 주고는 "추가 질문 사항이 있으면 e-mail로
하라"는 식이다.

그러나 EDB 관리들의 이같은 태도는 싱가포르에 진출한 외국기업인들을
만날때면 1백80도 달라진다.

주롱공단에 있는 한 국내기업인은 EDB공무원을 가리켜 "기업을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EDB는 싱가포르의 최정예다. EDB 공무원 개개인의 생산성은 곧 국가의
생산성이다. 자신과 조직, 나아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원칙일 뿐이다"

섬뜩할 정도의 "엘리트주의"와 "전략적 실용주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미국 MIT의 에드가 샤인 교수는 "EDB관리를 보면 싱가포르의 미래가
보인다"고까지 말했던가.

며칠전 현지신문엔 "관료들을 모두 외국으로 추방해야만 한국은 개혁이
가능하다"는 MIT 돈부시 교수의 글이 실렸다.

정부주도의 개발전략을 똑같이 채택했던 한국과 싱가포르.

그러나 두나라 관료에 대한 이같은 상반된 평가는 결국 양국간의 엄청난
국제경쟁력 차이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싱가포르 현지취재를 마치고 귀국해서까지도 씁쓸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다.

이의철 < 정치부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