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급매물토지를 산뒤 이를 담보로 매입가
보다 많은 자금을 대출받아 회사운영자금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량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자금난을 더는 한
방법으로 공시지가의 50%안팎으로 떨어진 급매물을 골라 담보로 제공,
주거래 금융기관에서 융자금을 받고 있다.

은행에선 공시지가의 70~1백%까지 담보가치를 인정해주기 때문에 융자금과
매입가의 차액만큼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무역업체인 T사는 50억원(공시지가 1백억원)짜리
급매물 땅을 찾고 있다.

이 회사는 기술 등 담보를 총동원, 50억원을 융통해 땅을 산뒤 이를
담보로 평소 거래하던 은행에서 75억원을 대출받을 계획이다.

50억원을 갚고도 25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기는 까닭이다.

이미 은행과는 약속이 돼 있다.

또 대기업 L사의 경전철사업에 2천7백억원어치의 납품계약을 맺은 한
벤처기업도 원부자재용 수입신용장(L/C)개설에 필요한 담보로 쓰기위해
1백50억원에 살 수 있는 공시지가 3백억원짜리 토지를 찾고 있다.

신용장개설에 필요한 담보문제로 고민하다 거래은행에서 토지에 대해
공시지가의 70%를 담보로 인정해주겠다는 언질을 받은뒤 땅찾기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는 땅값의 10%인 15억원에 계약서를 쓴후 공시지가의 70%인
2백1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어 상당액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매도자의 양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마포구 창전동의 D사도 거래금융기관인 신용금고에서 공시지가의 70%까지
토지의 담보가치를 인정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30억원(공시지가 60억원)
내외의 물건을 찾고 있다.

반도체 수출입업체인 구로구 구로동의 C실업도 3~4개 계열사에서 담보용
으로 사용할 15억~20억원의 토지를 찾고 있다.

기업의 자금담당자들은 "부동산담보대출마저 거의 중단됐지만 현금흐름이
확실한 우량벤처기업들은 가격이 급락한 부동산을 이용해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며 "다행히 급매물 토지가 많아 회사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부동산컨설팅 김정훈 팀장은 "땅값이 폭락하자 담보용으로 쓰기위해
공시지가 50~60%수준의 토지매입을 문의하는 우량중소벤처기업이 하루에
3~4개사에 달한다"고 말한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