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동본은 백대지친"이란 말이 있다.

조선조 선비들이 즐겨쓰던 말이다.

이말에는 같은 종조의 후손은 시간이나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영원한
친족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동성동본인 사람들은 형제자매사이와 같기때문에 서로 혼인을 해서는
않된다는 논리는 이런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동성동본혼인이 근친혼과 함께 친족사회의 인륜을 무너뜨리는 큰 죄악으로
배척되는 까닭도 이 친족관념에 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동족부락의 해체, 동족의식의 약화가 점점 가속화
돼가고 있는 지금도 법률이전에 동성동본불혼의 관습이 지켜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관습이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뿌리를 깊이 내렸는지 짐작이 간다.

현행 "민법" 제809조에는 동성동본금혼조항이 들어있고 제817조에는
혼인신고도 하지 못하도록 상세하게 규정해 놓았다.

또 "남양홍씨에는 당홍과 토홍이 있으나 종조가 같으므로 서로 혼인할 수
없다"는 등의 예규도 실려있어 조선시대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동성봉본불혼의 원칙을 미풍양속으로 인식하고 있는
유림을 중심으로한 여론과 우생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도 합리성이 없는
금혼규정을 법률로서 규정하려들지말고 관습에 맡기자는 여론이 맞서 왔다.

조선시대이래 철칙처럼 지켜져 온 동성동본 금혼조항이 20여년의 찬반
논란끝에 드디어 폐지된다는 소식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이금혼조항에대해 "헌법불일치"결정을 내림에 따라
법무부는 최근 가족법개정안을 마련해 7월 국회에 상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동성동본 금혼조항은 폐지돼도 8촌이내의 부계및 모계 혈족의 금혼을 못박아
놓은 근친혼금지규정은 없애지 않았다.

그동안 혼인신고조차 못해 자녀들이 사생야 취급을 받아야했고 배우자의
모혜택도 받지못하는 수모속에 살았던 동성동본부부들에게는 맺혔던 한을
풀어주는 소식이 될것 같다.

그러나 또 한차례의 거센 유림의 반발도 예상된다.

개인의 도덕적 가치관에 따라 금혼의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근친의식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앞으로의 문제는 요즘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고작 사촌까지만 근친인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