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22일 오후2시 사의2층
중회의실에서 "한국문화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곽수일 서울대경영대학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신현웅
문화관광부차관이 "한국문화산업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으며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이 "국가경쟁력과 문화"를, 오지철 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장이 "한국 문화산업의 육성정책방향"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어 고광직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등 4명의 지정토론자가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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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문모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문화산업이 산업의 한 분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적 시각에서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문화산업 연구는 산업적 경제적 측면을 너무 간과하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을 갖게한다.

이를테면 고용효과나 매출분석, 재무분석, 기업경쟁력 산업조정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특히 문화인프라로서 문화통계자료가 하루빨리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본다.

저작권보호에 대한 제도적 개선도 논의돼야한다.

국제경쟁력 강화와 창작활동 보호를 위해서는 빠뜨릴 수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에 대한 개념도 논의됐으면 한다.

현재 문화산업은 상당히 막연하고 포괄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콘텐츠형산업이나 21세기형 응용소프트산업이라는 말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한다.

또 문화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말에는 동감하지만 고용창출면에
효과가 있다는 말엔 근거가 미약한것 같다.

특히 문화산업엔 자본이 크게 소요되지 않는다고들 얘기하고 있으나
테마파크같은 유원산업은 어마어마한 재원이 들어가는 산업이다.

<>김문환 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 =문화산업 정책을 얘기하기 전에 문화정책
전반에 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70년대 근대화가 추진되던 시기에는 전통문화 보호정책이 강조됐다.

무영문화재를 잇따라 지정하고 문화재발굴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당시에 전통문화가 제대로 보호됐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마찬가지로 80년대에 예술진흥을 떠들다가 90년대 들어와서 문화산업을
얘기하니 균형감각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오국장의 주제발표에서는 주로 영상산업이 언급됐다.

출판산업도 있고 음반산업도 있다.

물론 영상분야가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의 진흥책도 함께 고려했으면 한다.

영상산업분야에서는 특히 인력과 관련된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 TV가 도입될 때 연극에서 배양된 인력을 토대로 짧은 기간에 TV산업이
성장했다.

종합적인 영상산업 진흥을 내세우면서 기초 문화분야육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예를들어 시나리오는 결국 문학 장르이므로 출판문화가 연계될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와 연계시켜가면서 시너지효과를 거두는 진흥책을 수립해야할
때다.

문화산업의 기초가 되는 문학이나 공연예술등을 정부가 어떻게 보살피느냐가
문화산업발전의 관건이 된다고 본다.

<>김수정 둘리나라대표 =애니메이션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많이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우리 애니메이션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으로부터의 애니메이션 주문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정부의 무관심으로 외국 하청에 주로 의존해온 애니메이션
산업이 겪는 아픔이다.

정부의 지원책에도 문제가 있다.

벤처산업 육성정책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출판만화는 빠져있다.

사실 출판만화가 애니메이션성공의 가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정부지원의 90%이상을 출판만화에 지원하고 있다.

각지역의 자치단체마다 애니타운을 조성하는 등 경쟁적으로 애니메이션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것은 재원낭비다.

애니메이션 타운은 시설과 장비를 제대로 갖춘 곳 한군데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캐릭터공모전도 잔치만 벌여놨지 여기에서 나온 성과물을 실제로 활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문화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고 일관성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다른 정부부처의 의식개선도 필요하다.

<>고광직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콘텐츠혁명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지력과 창조력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열린 교육등 교육혁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문화산업의 발전이 문화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한다.

문화산업은 속성상 대중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문화산업발전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다보면 문화전체를 표준화 규격화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문화산업발전에서 문화의 질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에 편중하다 보면 고급문화가 사장될 우려도 있다.

고급문화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문화산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문화산업은 결국 문화를 살찌우는 방향으로 육성시켜야 할 것이다.

또 한국적인 이미지를 팔 것인지, 아니면 세계화된 이미지를 팔 것인지에
대해서도 문화산업계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위성전쟁시대에 미디어소프트는 국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를 적극 지원하는 방안이 나와야 할 때다.

< 정리=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