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제2차 각료회의와 함께
GATT/WTO 출범 50주년 기념식이 개최되었다.

GATT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의 부분적인 원인이 되었던 보호무역체제를
자유무역체제로 개혁하고자 1948년 출범하였으며 특히 한국은 GATT의 자유
무역체제를 통하여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상품의 자유무역을 보장하는 국제규범인 GATT의 성공으로 80년대에는
서비스와 지적재산권에서의 국제규범 정립도 요구되었다.

마침내 93년 종결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서비스무역과 무역관련지적재산권에
관한 국제규범이 새로 채택되었다.

또한 이들 국제규범의 차질없는 집행과 발전을 위한 제도적 틀로서
국제기구인 WTO가 95년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이번에 WTO의 1백32개 회원국들은 내년 가을 미국에서 개최될 제3차 각료
회의에서 새로운 다자무역협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합의하였다.

새롭게 천년(millennium)이 시작되는 2000년을 전후해 개시될 새로운
다자무역협상은 유럽공동체(EC)를 중심으로 "밀레니엄라운드"라고 불리고
있다.

밀레니엄라운드의 협상대상과 협상기간은 내년 미국에서의 제3차
각료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로서 가장 큰 문제는 밀레니엄라운드에서 다루어질 협상의 범위에
대하여 미국과 EC의 입장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은 농업무역의 전면적인 자유화 등 특정분야에서의 집중적인 협상을
원하고 있지만 EC는 종래의 다자무역협상처럼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반적인
협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99년과 2000년으로 농업과 서비스무역의 추가적인 협상이 이미 예정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천년의 시작에 걸맞은 밀레니엄라운드에서는 다른
중요한 분야의 협상도 수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무역과 환경, 무역과 경쟁정책, 무역과 투자, 무역과 노동및 전자상
거래 등에 대한 새로운 국제규범이 협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WTO에서는 "무역.환경위원회" "무역.경쟁정책작업반"및 "무역.투자
작업반" 등이 이들 새로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WTO에서는 인터넷 등을 이용한 전자상거래에 관한 문제도 본격 연구
하고 있다.

따라서 협상대상의 관점에서 밀레니엄라운드는 상당히 "준비된" 다자무역
협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한국은 결코 준비된 협상국가는 아니었다.

더욱이 한국은 정부의 거의 모든 역량을 쌀시장 개방의 거부에 집중하였다.

이제 밀레니엄라운드에서 한국은 또다시 준비없이 큰 소동을 겪어서는 안될
것이다.

마침 한국의 새 정부에는 통상교섭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되어 있다.

통상교섭본부는 밀레니엄라운드의 준비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밀레니엄라운드의 준비가 통상교섭본부만의 임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교섭본부는 통상 "교섭"의 책임을 지지만 통상교섭의 "내용"에
대하여는 농림부나 환경부 등 관련 실무부처가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또한 밀레니엄라운드의 결과가 궁극적으로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나름으로 정부와 협력하여 밀레니엄라운드의 준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한국은 우루과이라운드에서의 잘못을 또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밀레니엄라운드는 한국에 준비된 라운드가 되어야 한다.

박노형 < 고려대 교수.법학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