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달 <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 >

올해 1/4분기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3.8%로 나타났다.

이는 제2차 오일쇼크와 한해로 인한 농산물감소를 경험했던 1980년 4/4분기
이후 18년만의 일로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내수 위축과 산업생산의 감소세 등으로 미루어 걱정했던
것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이 경제대책조정회의에 보고한 전망자료를 만들때
추정한 것과 아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것보다 더 나쁜 수준일 것이다.

외환위기는 한고비를 넘었지만 기업부실과 금융부실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신용경색으로 투자가 격감하고 임금의 하락과 실업의 증대로 소비도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이러한 내수의 극심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의 높은 신장세와
수입의 격감에 따라 대외부문이 성장의 더 큰 하락을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침체에 따른 경기침체는 금년 내내 지속될 것이다.

경제위기의 원인인 금융부실과 기업부실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인도네시아사태와 일본및 중국 등 대외여건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과 관계없이 금년은 성장률 급감과 고용 감소및 실업의 증대 등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해가 될 것이다.

다만 구조조정을 하면 부실기업이 퇴출되고 불안한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비해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보다 건실한 기업의 도산이 많아지는데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체로 금년의 성장은 마이너스 1% 내지 마이너스 2%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반기에는 작년 하반기가 작년 상반기보다 성장이 낮아진데 따른 반등
효과가 다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년에 어떻게 하느냐가 내년도 이후에는 큰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누군가가 구조조정의 비용을 부담해 올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경우에는 금융부문의 건전성 회복과 기업재무구조의 건전화에 따른 대외
신인도 회복으로 내년부터 외자의 유입과 금융기관 자금중개기능 정상화가
예상된다.

자금경색 해소와 이자율 안정으로 투자와 소비가 회복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 성장이 다소 회복되고 고용의 감소세도 멈추어질 것이다.

하반기에는 구조조정의 효과가 보다 가시화되어 고용이 증대하고 실업률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다.

또 대외신인도가 지속적으로 회복돼 외국인 장기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다.

99년에 3%의 성장을 회복한다고 해도 그동안 7%이상의 성장에 익숙한 우리
에게 체감경기는 차게 느껴질 것이다.

경기회복을 느끼게 되는 것은 99년도에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 비용부담을 미루어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에는 99년에도
성장을 회복하지 못할 뿐아니라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위하여 50조원의 공채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