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은 25일 산업증권과 산업선물 등 2개 자회사를 폐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다.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는 이날 납입자본금 4천억원중 2천7백23억원을 까먹은
산업증권을 우선 산금채 인수업무조직으로 축소한뒤 외국증권사와 합작을
추진하되 연말까지 성사되지 않으면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나 예탁금 인출사태가 발생할 경우 유동성을 지원, 영업
정지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또 한국산업리스와 한국기술금융을 합병, 여신전문회사로 전환하고
한국기업평가는 기업평가 전문기관으로 존속시키기로 했다.

이와함께 은행 정원을 10% 감축하고 임금반납과 인력감축을 통해 인건비
예산의 12.3%를 절감하는 등 경비를 11.3% 줄이기로 했다.

김완정 부총재 등 임원 9명도 이날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이 총재는 "임기가 만료된 일부 임원에 대해서만 후진에게 길을 터준다는
의미에서 사표가 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에 대해선 이달말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조직을 전면 재정비, 지난해말 현재 1백4개인 국내외 본점부서와 지점을
77개로 26% 27개 줄이기로 했다.

사외이사제와 직급별 정년제를 도입하고 직위와 직급을 분리해 능력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성과급제도 시행할 계획이다.

산은은 부실채권이 늘어 현재 3조6천7백50억원인 납입자본금으로는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 어려운 만큼 올해와 내년 각
1조원씩 모두 2조원을 증자하기로 하고 정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이날 발표한 구조조정방안은 공기업으로선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기업조차 못하는 직급별정년제 등을 실시하겠다고 한 대목이 특히 그렇다.

물론 산은이 자신보다 자회사에 고통을 강요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구조조정은 이 총재가 산은의 보수적 목소리에 귀기울일 틈을 갖지
않고 취임직후 곧바로 단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노조가 반대한다고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