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호황을 이뤄낼 수 있는
경상수지 확대방안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경제신문과 자유기업센터 공동주최로 26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구조조정의
효과가 높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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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 서울여대 교수 / 경제학 >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의 위력이 실업증가와 소득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IMF와의 협상에 효과적으로 대응
하지 못하면 경제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대책은 외환위기 진단에 따라 두가지로 나눠볼수 있다.

첫번째 진단은 외환위기가 유동성부족이라는 외부적요인과 기업의 과잉투자
및 은행의 과잉대출이라는 국내 구조적 요인 때문에 생겼다고 보는 견해다.

제프리삭스와 마틴펠드스타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장기 중기 단기 등 정책의 우선순위를 중시하고 있다.

또 다른 그룹은 외환위기가 국내 구조적 요인에서만 생겼다고 분석하는
견해다.

이들이 지향하는 개혁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없는 동시다발적인 구조개혁
이다.

이 개혁은 그러나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택해야할 외환위기 극복책은 그래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중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문제는 IMF의 프로그램만을 믿고 따를 수 없다는데 있다.

고금리정책을 보자.

한국에선 IMF가 예측했던 것과 달리 고금리정책이 자본유입에 의한 환율
안정화를 이뤄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의 은행채무부담과 해외채무부담을 가중시켰다.

고금리는 구인(pull)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해외금융시장에서 구축(push)
요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실패한 것이다.

IMF의 고금리는 처음부터 자본유입을 통한 환율안정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을 한국시장의 개방화에 이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지향해야할 경제구조개혁의 기본방향은 무엇인가.

우선 최종목표는 지속적 안정성장기반과 경상수지 흑자기반 구축이 될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와 장기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과거에 대규모 투자로 고도성장을 달성했지만 현재는 생산성이 낮은
X효율(X efficiency)의 경제이다.

이 X효율을 제거하는데는 통상 중장기가 소요된다.

이를 단기에 개혁하다가는 한국의 실물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말 것이다.

그래서 단기에 효과가 있는 것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W자형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환위기로 인한 불황->5백억달러 경상수지 달성을 통한 단기 호황->효율화
를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불황->효율적 경제 달성을 통한 호황 등으로
이어지는 W자형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IMF식의 구조개혁은 당장 외환위기를 벗어나는데 필요한 외화를
조달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도입되는 외화도 정크본드수준의 고금리로 조달되고 있다.

이런 고금리의 외채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이전지출이 증가하므로 장차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또 외채에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W자형 전략을 택하자는 것은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구조조정에는 어차피 막대한 비용이 들게 돼있다.

있는 재원을 이용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지혜로운 정책
선택이 있어야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 이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획기능을 활용해야 하며 이에 따라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 단기대책으로 단기호황을 이뤄 내고 경제효율화를 위한 장기
대책으로 구조조정작업을 벌이는 순서가 바람직하다.

W자형 전략을 위한 단기대책으로는 우선 IMF를 설득해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과 재정지출의 탄력적 운영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또 경상수지 흑자를 추구하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5백억달러 경상수지 흑자가 달성되면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외채상환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

97년 수출에서 지난 90년이나 91년의 수입을 빼면 각각 4백77억달러,
4백억달러 정도다.

여기에 올해의 수출증가를 고려하면 대우 김우중회장이 주장한 올 경상수지
5백억달러 흑자 목표는 충분히 달성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수출확대를 위한 금융기관 중개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수입원자재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은행의 수출환
어음 구입과 지급보증역할을 정상화해야 한다.

정부는 은행이 금융중개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은행의 부실여신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재정에서 부담해 줘야 한다.

또 건전성을 판단하기 위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충족을 유예시켜 주는
지원조치도 필요하다.

건전성 평가는 경제가 호전되는 상황에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와 함께 기업은 근로자들의 임금을 낮추어 수출을 늘리고 외화를 벌어
들여야 한다.

임금을 줄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임금과 주식을 스왑(swap)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

이외에도 실업자를 위한 전직훈력과 농업에서의 다품종 소량 생산 촉진도
마련해야할 정책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리해고, 투자감소 및 기투자된 시설재의 판매 등을 감수
해야 한다.

장기대책으로는 시장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비효율적인 기관을 퇴출
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퇴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해외직접 투자
유치, 분할매각, 3자인수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저리의 투자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또 현재 전체 고용인구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은행의 구조조정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위험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정부 및 정치권과 공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문화상품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와 외화획득 도모, 교육 그리고
언론시장의 고부가가치화와 합리적 가치관 확립도 필요하다.

금융위기하에서 추진되는 구조조정에는 적은 비용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한정된 재원을 최대한 이용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정책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나 기업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 전략적으로 행동하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최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