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깍아 치켜세운 머리,T셔츠에 진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앙코르곡부터 연주하는 기행(?)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름엔 "클래식의 이단아" "바이올린의 악동" "미쳐
날뛰는 활"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는 클래식사상 가장 많이(2백40만장)팔린 음반, "비발디 사계"의
주인공이다.
6년전 이 음반을 녹음한 뒤 "더이상 연주할 음악이 없다"며 클래식계를
떠났던 그가 지난해 "엘가의 바이올린협주곡"으로 클래식무대에 복귀한데
이어 이번에 EMI레이블로 "크라이슬러"를 내놨다.
"크라이슬러"는 "사랑의 슬픔" "전주곡과 알레그로" "현악4중주 a단조" 등
크라이슬러가 작곡한 곡과 파야 "스페인 무곡", 림스키코르사코프 "태양의
찬가" 등의 크라이슬러 편곡이 녹음돼 있다.
특유의 활놀림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강건한
음색이 예전과 다름없다.
"괴짜기질"도 여전하다.
재킷에 음반사 로고를 빼버렸고 이름도 나이젤 케네디가 아닌 "케네디"로
적었다.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등 성만으로 통용되는 음악가들과 비교해 못할것
없다는 "무언의 항변"이다.
재킷에는 표시하지 않은 "히든 트랙"도 슬며시 끼워넣었다.
"침묵에의 존경"으로 명명된 이 곡(14번트랙)은 볼륨을 높이고 차분히
기다려야 들을수 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