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공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들어 25일 현재까지 은행 증권 보험 투신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3조2천1백45억원어치의 보유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별로는 은행이 1조5천8백23억원 증권 7천2백83억원 보험 4천7백16억원
투신은 1천4백7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내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해야 할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아가며 이처럼 보유주식을 내다파는 이유는 무엇보다 위험자산을 줄이기
위해서다.

IMF체제로 들어서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된데다 각자 위험자산을 줄이도록
요구받기 때문이다.

생존차원이다.

은행권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운용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증권사도 재무건전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상품으로 들고 있는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 투신사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같은 매도공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 증권사의 주식운용담당자는 "지난 연말부터 상품주식을 팔아 왔다"며
"주가가 더 떨어져도 어쩔 수없이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느정도 팔긴 팔았지만 아직도 처분해야 할 주식이 더 남아 있다는 설명
이다.

한국투신의 주식운용담당자도 "회사가 자체 운용하는 고유계정 주식은
위험자산을 줄이기 위해 팔고 있으며 고객들이 맡긴 신탁계정의 경우에는
주가가 떨어지니 고객들의 환매요청으로 주식을 팔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익증권 주식편입비율이 보통 55%에서 60%인데 현재 40%로
떨어졌다"며 "보통때와 같이 편입비율을 높이려고 해도 주가하락에 따른
고객들의 외면으로 더 이상 편입할 여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보험도 같은 입장이다.

삼성생명의 주식운용관계자는 "현재 보유주식을 50%이상 줄인 상태지만
영업환경이 악화되는 등 보험권의 구조조정도 예정돼 있어 주식매입여력이
충분치 않다"고 내다봤다.

국민은행의 주식운용담당자도 "IMF 구제금융신청이후 잇따른 상장사부도
등으로 불량주식이 늘고 있어 위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런 종목과
함께 외국인 선호종목도 손절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추세라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결국 주가하락의 악순환이 쉽게 끊기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