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폐지된 첫날인 지난 25일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24.15포인트가 빠진데 이어 어제도 다시 19.91포인트가 내려 11년3개월만에
최저치인 311.99를 기록하는 등 300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는 올해 최고치인 지난 3월2일의 5백74에 비해 무려 45.6%나 폭락한
수준이며, 지난 이틀동안의 주가하락률만 12.37%에 달하므로서 이대로 가면
증시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여당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정경제부 증권감독원
증권거래소 증권협회 및 관련연구소 등이 망라된 "증권선진화제도
개선기획단"을 발족하고 시가배당제도입 주식거래세인하 주가변동폭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안팎의 투자환경이 워낙 좋지 않아 이같은 증시부양책이 과연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증시내부적으로 주식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동시에 대형우량주를 중심으로 보유주식을 내다 파는 바람에
엄청난 초과공급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비해 연리 20%이상의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예탁금이 올초 4조3백91억원
의 절반도 안되는 1조8천9백40억원으로 떨어져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수요기반은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아울러 이달말까지 각 은행별로 부실기업들을 골라낼 예정이고 민노총이
총파업의사를 확인하는 등 노사불안까지 우려돼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이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50엔선까지 오르는 것도 용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도되면서
엔 달러 환율이 지난 6년9개월만에 최고수준인 1백37엔대를 기록한 것도 큰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말 이후 원화환율이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에 엔화환율
상승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최근
원화가치가 안정된데 비해 상대적으로 엔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로서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일본 금융기관들의
대출회수도 우려되며 최악의 경우 위앤화를 비롯한 동남아통화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를 회생시키려면 단순한 대증요법만으로는 안되며
증시안팎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부실금융기관을 신속히 정리하므로써 유상증자 등을 통한 주식공급
물량을 축소해야 한다.

또한 시중금리수준을 낮춰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을 덜어줘 흑자도산을
최소화하고 주식매입기반을 확충하는 일도 시급하다.

또한 구조조정을 한다고 지나치게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투자심리만
위축시킬 뿐이며 노사안정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밖에도 경영 및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공시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