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들은 모두 경제적 측면을 지녔다.

그것들은 대개 정부자금의 지출을 포함한다.

지출이 없는 경우에도 사람들이 자원을 쓰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실은 그렇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정책의 목표다.

그리고 경제학은 사람들이 자원을 쓰는 방식을 다룬다.

자연히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데엔 비록 경제분야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경제학 지식이 필요하다.

담당자들이 그런 지식을 갖추지 못하면 흔히 민중주의적 정책이 나와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큰 부작용들을 불러온다.

이번에 새 교육부장관이 내세운 과외근절정책이 전형적이다.

과외문제가 워낙 절박해 새 장관으로서 무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처지는 이해할 수 있다지만 그러나 그가 내놓은 정책은 민중주의적이어서
상황을 악화시킬 따름이다.

특정 과외를 불법으로 만들어 억제하는 가장 큰 까닭은 과외의 값이 너무
높아 가계에 큰 짐이 된다는 것이다.

과외를 억제해 값을 낮추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

어떤 재화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따로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잘 아는 것처럼, 그 재화의 값은 올라간다.

교육부의 정책은 그래서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그동안 과외의 값은 오히려 많이 올랐다.

마약단속은 이런 과정을 잘 보여준다.

마약을 단속하는 사람들은 단속의 효과를 마약의 시세로 가늠한다.

단속이 효과적이어서 공급량이 적으면 마약의 값은 뛰게 마련이다.

만일 마약의 값이 안정적이면 단속이 별 효과를 보지 못했음을 뜻한다.

지금 교육부가 선택할 길은 불법과외를 합법적으로 만들어 과외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그런 조치는 과외의 값을 크게 낮춰 보통 가정들이 진 짐을 덜어줄
것이다.

물론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불법과외는 원래 입시에 큰 도움이 되는 과외다.

따라서 그것에 대한 수요는 무척 많고 그것의 값은 무척 높을 터이다.

자연히 그것의 향유가 불가능하거나 버거운 계층은 그런 과외를
다시 막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내 자식이 누리지 못하면 누구의 자식도 못누린다"고 나서는 계층은
어느 사회에서나 정치적 힘이 무척 크다.

부가 별다른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선 특히 크다.

실은 바로 그런 "부러움의 정치"가 애초에 특정 과외를 불법으로 만든
힘이었다.

따라서 그런 주장을 누그러뜨릴 이론적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과외의 값을 낮추리라는 점 말고도 과외시장의 자유화는 두드러진 장점들을
갖고 있다.

먼저 그것은 유용한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불법으로 만든 일에서
나온 혼란과 부작용들을 없앨 것이다.

과외에서 수수되는 지식은 시민들에게 필수적이라고 여겨진 지식의 한
부분이다.

그런 지식의 수수를 막는 것은 어려울뿐만 아니라 우리가치 체계에 혼란을
일으킨다.

다음으로 그런 조치는 일자리를 적잖이 늘릴 것이다.

과외로 일자리를 얻는 사람들은 대체로 가난한 사람들이다.

올해는 대학 졸업자들이 거의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과외시장의 자유화는 시급한 과제다.

안타깝게도 지금 교육부는 과외의 공급만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교육정책들은 한결같이 과외에 대한 수요를 늘려서 과외의 값을 올리고
있다.

대학 정원을 묶어놓은 것은 대표적 예이다.

다른 모든 재화들은 수요를 충족시킬만큼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면서 유독
대학교육만은 공급을 억지로 막는다.

그런 조치를 변호하는 주장들은 많지만 그것들 가운데 어느것도 논리적
근거를 지니지 못했다.

게다가 학과 정원을 묶어놓아 대학교육은 시장의 수요에 빠르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그런 사정은 공급부족을 심화시키고 교육의 생산성을 낮춘다.

국립대학교들을 우대해 대학교들 사이의 차별화를 조장하는 것도 과외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일단 국립대학교에 들어가면 학비도 싸고 사회적 대우도 높으므로 과외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립대학교 학생들은 사립대학교 학생들보다 성적과 재능이 대체로
우수하므로 그들은 앞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릴 것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세금으로 학비를 지원하는 것은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

국립대학교를 민영화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시급하다.

당연하게 느껴지는 정책인데, 효과가 작거나 부작용이 많은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본다.

문제는 언제나 그 정책이 경제원리에 어긋난다는 사실에 있다.

민중주의적 주장들로 무장한 이들이 눈에 많이 띄는 현 정권으로선
진지하게 살펴야 할 대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