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의 바이어들이 우리나라를 등지고 있다.

27일 태국 말레이시아등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종합상사 현지 지점에
따르면 올들어 완제품 수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최근들어 기계설
비 플랜트등 대형 프로젝트 수출이 중단됐다.

이는 현지에서 대형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려는 종합상사들이 국내
외국환은행에서 국제입찰보증(Bid-Bond)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고 낙
찰이 돼도 계약 이행본드를 발행할 수 없는데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최근 쌍용은 말레이시아에서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를 포기
했으며 현대종합상사도 플랜트수출에 차질을 빚는등 7개 종합상사의 수출
차질액이 5~6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에서 근무하는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플랜트 수주뿐 아니라
구매입찰에서도 일부 바이어들은 한국계 은행이 발행하는 보증서(Letter
of Guarantee)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제3국 은행보증을 받아 입
찰에 참여하고있다"고 말했다.

조석순 현대종합상사 방콕지점장은 "외국은행의 보증으로 입찰에 참
여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3배가량 높아져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만재 (주)대우 쿠알라품푸르지점장은 "동남아 수출시장을 지키기
위해선 조선등 중장비와 대형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금융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아 이 지역 비즈니스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이달들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등 동남아국가에
있는 일부 종합상사의 지점들은 단 한건의 수출계약도 맺지 못해
하반기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종합상사들은 올들어 이 지역에서 수억 달러 규모의
미수금을 안고 있어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LG상사 쿠알라룸푸르 지점 관계자는 "국내에서 들여다 팔 물건이
마땅치 않아양국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최근들어 수출입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화학제품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남아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합상사 주재원들은 이 지역 영업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국내기업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돼 외국기업들에 시장을 모두 빼앗길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수출중 동남아지역 수출비중은 15%였으나 올
1.4분기는 12%로 감소하는등 이 지역수출은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알라룸푸르=이익원 기자 iklee@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