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거든 쓸만한 장기는 물론 남은 신체도 해부용으로 기증하라.

아무것도 없이 흙으로 돌아가겠다.

묘자리로 땅 한평을 차지하느니 그 자리에 콩을 심는게 낫다"

안과의사이자 한글애호가로 유명한 공병우 박사(1906~1995)는 평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의 시신은 의료계 후학들을 위해 기증됐다.

67년 미국의 버너드 박사가 심장이식에 성공한 뒤 장기이식술은 급속도로
발전됐다.

국내에서도 69년 이용각 박사가 심장이식, 88년 김수태 박사가 간이식
수술을 해냈다.

필요한 장기만 있으면 일생동안 고통에 시달리거나 목숨을 잃어야 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칼을 댄다"는데 대해 거부감을
갖는다.

"신체발부수지부모불감훼손(부모로부터 받은 몸을 함부로 훼손시켜서는
안된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두려워하고 꺼린다.

91년 1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가 발족된 이래 98년
4월말 현재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은 8만1천6백80명.

꾸준히 늘고 있지만 장기의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는 실정이다.

한예로 신장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1만2천여명인데 한해 수술받을
수 있는 사람은 6백~7백명에 불과하다.

눈이나 간 심장 등은 훨씬 심각한 상태.

이때문에 장기매매라는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제정을 추진중이나 아직
법제처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프랑스에서는 생전에 기증하지 않겠다고 명시해놓지 않는 한 사후에
장기를 기증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 수지읍의 지구촌교회(침례교, 당회장 이동원 목사) 신도
1천여명이 한꺼번에 장기기증을 서약해 화제다.

출석교인 5천여명.

이목사는 설교를 통해 "나라와 민족이 새롭게 되기 위해서는 신앙인이
모범이 돼야 한다. 하나님과 이웃, 민족앞에 투명해지려면 무소유의 삶을
실천해야 한다"며 유산 안남기기와 육체에 집착하지 말 것을 강조해왔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더 소유하려 추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지구촌교회 교인들의 일은 한국교회와 크리스천의 사명을 일깨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