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코메르츠 은행의 외환은행 자본참여로 국내은행들의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드디어 금융빅뱅의 일차폭발이 시작된 셈이다.

일단 외환은행은 합작이 성사됨으로써 리딩뱅크로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향후의 구조조정과정에서 키(key)를 쥘수있게 됐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벌써 합병주체로도 거론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말현재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이 6.69%에
그쳤던 외환은행은 순식간에 8%를 넘게됐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한결 가벼워졌다.

금융빅뱅에 마음은 급했지만 얼키고설킨 매듭을 풀 고리를 찾지 못했던게
금융당국의 그동안 고민이었다.

이런 와중에 외환은행이 첫단추를 풀어헤친 것이다.

은행 구조조정의 한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도 있다.

당국은 특히 싯가자본금이 많은 은행을 주체로 삼아 은행합병을
진행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던 터였다.

합작은행이 된 외환은행은 앞으로 주가에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 27일엔 매도물량없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부로선 외환은행을 축으로 은행을 짝짓기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법하다.

그런 반면 경쟁은행들은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그동안 수시로 외환은행과의 합병설이 나돌았던 국민은행의 경우 합작을
보다 강도높게 추진할게 뻔하다.

국민은행은 이미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회수하기위해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분을 합작기관에 팔기위해서다.

최근에는 UBS관계자들이 국민은행을 방문, 합작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그러나 "급할게 없다"는 태도를 취해왔던게 사실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발걸음이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조흥 상업 한일은행등은 그동안 키재기를 해왔던 외환은행이 갑자기
치고나가는 것을 보며 더욱 다급해진 모습이다.

세 은행의 경우 외국 금융기관과의 합작도, 유상증자도, 후순위채발행을
통한 자본확충도 사실상 어렵게 돼있어 더 곤혹스럽다.

이들 은행들은 이도저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편가르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시중에는 그간 "조흥+상업+한일"합병설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그러나 주체가 문제다.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주도권을 잡고 확실하게 밀어부치겠다는 생각을
갖고있지 않은 듯하다.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있을 것이란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외환은행의 합작타결은 "합병만이 살길"이란 생존원칙을 이들 은행에
각인시켜 줄 지 모른다.

후발은행이나 지방은행들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전문영역에 특화해 경쟁력을 키우든지, 합작을 통해 활로를 찾든지,
아니면 우량은행에 흡수합병을 요청하든지 택일해야할 시점에 왔다.

더구나 BIS비율 8%미달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평가시한도 저승사자처럼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