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정부와 채권단에 정리계획안의 골격을 보고한데 이어 28일
채권단이 4명의 인력을 파견, 기아의 앞날을 결정짓게될 정리계획안 작성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기아를 인수하려는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지금까지 기아 인수 뜻을 밝힌 포드-현대-삼성-대우 가운데 어디가 유리
할까.

포드는 이달초 웨인 부커 부회장이 내한해 정부 채권단을 돌며 기아를
인수하겠다는 포드의 최종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27일에는 아시아지역담당임원인 폴 드렌코 이사가 기아와 채권단을
돌며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드가 정부와 채권단에 제시한 조건은 기아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갖겠다는 것.

다만 포드가 이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외국금융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넘겨받겠다는 생각이다.

다수지분을 가질 경우 기아의 부채와 손익이 자신들의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것을 우려한 "작전"이다.

기아가 70~80%의 감자를 실시한뒤 증자를 위해 발행하는 신주를 우선
배정해 달라는게 포드 요구의 골자다.

현대는 기아를 단독으로 인수하겠다고 공표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2자 구조"로 가야 한다는 구조조정론을 내세우며
기아를 완전 공개입찰에 부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는 이를 위해 정몽규 현대자동차 회장을 팀장으로 하는 자동차연구팀을
발족해 최종인수전에 대한 준비에 나섰다.

삼성은 포드와 연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포드와의 자본합작 협사은 유보된 상태지만 포드와 기아를 공동인수하는
협상은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 협상도 만만치는 않다.

삼성은 "이 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단독으로라도 기아를 인수하겠다"(이대원
삼성자동차 부회장)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대우는 "현대와 기아를 공동인수해 보겠다"(김우중 대우 회장)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는 대우로부터 아무런 제의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우가 공식제의를 한다해도 현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현대의 입장에서 볼때 대우가 추진중인 GM-대우라인에 현대가 참여하는
형태가 돼 자칫 이니셔티브를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아 인수를 위한 4파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채권단의 생각이다.

채권단은 채권만 빨리 확보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4개 회사가 내세울 조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포드가 가장 유리하다.

류종열 기아 회장(관리인)은 지난 21일 포드 컨소시엄에 40-45%의 지분을
주자는 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시했다.

채권단도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류 회장은 채권단에 정리계획안의 골격을 보고하면서 "포드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저마다 부실기업을 안고 있다"며 "기아를 인수해 10조가
넘는 부채를 떠안고 어떻게 부채비율을 2백%까지 낮출 수 있겠느냐"며
은행장들을 설득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기아의 지분구성안은 외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하고 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