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완전실업율 사상 최고치 경신,광공업재고율 23년만의 최고치 기록,
경기동향지수 8개월 연속 50%이하 지속등 경제지표들이 하나같이 적색등을
켜고 있다.

여기에다 엔화는 달러당 1백40엔을 육박하며 내리막 길이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 일본 경제기획청은 6월중에 "경기후퇴"를 공식
선언한다는 방침이다.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경기 자체도 문제지만 인도에 이은
파키스탄의 핵실험, 아시아지역의 제2환란 우려가중, 러시아와 남미등의
경제불안,한국의 파업계획등 주변여건도 악재 투성이다.

당초 올해 2%정도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던 예상도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총무청은 지난 4월의 완전실업율(계절조정치)이 4.1%로 3월에 비해
또다시 0.2%포인트 높아졌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는 실업률 조사를 시작한 지난 53년이래 최고치다.

실업율은 3개월 연속으로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완전실업자수는 3월(2백77만명) 보다 13만명 늘어나 2백90만명에
이르렀다.

기업들의 구조개혁으로 고용감축이 본격화되면서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사람을 뽑지 않으면서 구인배율(구직자수에 비한 구인건수
배율)은 0.55로 떨어졌다.

구직자 둘에 구인자 하나 꼴이다.

이같은 구인배율은 19년10개월만의 최저치이며 8개월 연속 하락 추세다.

그런가하면 광공업재고는 23년만에 최고수준이다.

물건이 안팔려서다.

통산성이 발표한 광공업생산동향 속보에 따르면 4월의 재고율지수(95년도
기준)는 1백16.3으로 3월에 비해 3%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제1차 석유파동이 덥쳤던 지난 75년1월 이후 최고치다.

생산지수도 98.8로 3월에 비해 1.1%포인트 하락, 3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고있다.

소매판매실적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4월의 소매판매액은 11조6천1백억엔에 그치며 13개월 연속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 4월은 소비세 인상 직후여서 판매가 극히 부진했었는데도 그때보다도
0.5%나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일본경기는 개인소비부진 -> 재고증가 -> 생산감축 ->실업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들어서 있다.

대단위의 경기부양책도 여전히 약효를 못내고 있다.

여기에다 밖에서 터지는 사안들은 하나같이 악재들 뿐이다.

가뜩이나 힘이 빠진 엔화는 그때마다 출렁거려 방어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결국 경제기획청은 경기후퇴를 공식선언한다는 방침을 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면 그 "선언"자체가 또하나의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