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톱] 임원들 "회사보증 겁난다" .. 사장 자리도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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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임원의 보증제도가 전문경영인체제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은행들로부터 회사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요구받은 고용임원들이 잇따라
대표이사자리를 고사하고 있다.
특히 일부 임원들은 대표이사를 맡자마자 재산을 다른 사람이름으로 이전
하거나 부인과 위장으로 이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임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전문경영인체제의 정착을 가로막는 회사임원의 보증제도를 수술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회사임원의 보증제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정착되면서부터다.
IMF체제이후 부도기업체가 1만5천개를 넘어서는 등 기업부도가 잇따르자
은행들은 대표이사는 물론 자금담당임원들에게까지 회사채무에 대해 연대
보증을 서도록 요구하고 있다.
만일 회사가 부도날 경우 은행들은 담보를 획득하는 것 외에 고용임원들에게
부채를 대신 상환토록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증이 무서워 대표이사자리를 고사하는 경우가 속출
하고 있다.
H사 K전무가 대표적인 경우다.
K전무는 기업오너(회장)로부터 "대표이사" 내정을 통보받은 직후부터
고민에 빠졌다.
대표이사 통보를 하면서 회장이 내뱉은 "대출을 좀 더 받아야겠는데..."
라는 말을 못내 지울수 없어서였다.
대출을 더 받으려면 담보 외에도 연대보증인이 필요한건 자명한 일.
말하자면 대표로 승진시켜 줄테니 신규대출에 연대보증을 서라는 얘기였다.
고민끝에 그는 결국 사표를 썼다.
아무리 생각해도 25년간 모은 전재산 12억원을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K전무는 그래도 "명예"보다 "실리"를 택했다.
허울좋은 사장 명함을 들고 다니느니 차라리 재산이나 보전하자는 의도였다.
중견기업인 S사의 H부사장의 경우는 정반대다.
"자리"에 현혹됐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
지난 4월 회사가 부도를 내자 회사임원자격으로 지급보증을 섰던 대출금이
문제가 됐다.
자연 전재산이 압류됐다.
비단 부사장으로 취임한후 새로 받은 대출뿐이 아니었다.
그 전에 받은 대출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책임을 지라는게 은행의 요구였다.
평생을 직장에다 바친 결과가 빈털터리였다.
보증이 무서워 대표이사자리를 고사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보증제도 때문이다.
은행들은 회사에 대출해 주면서 가능한한 많은 담보를 요구한다.
그것도 모자라 연대보증인을 세우라고 성화다.
자연 회사의 대표이사와 자금담당 임원들은 회사채무의 연대보증인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리를 유지할수 없다.
물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냥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이다.
IMF체제가 들어서기 전에는 고용임원들의 연대보증문제가 그래도 수면아래
문제였다.
기업들이 망하지만 않으면 보증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서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부도가 줄을 잇고 있다.
5대기업을 제외하곤 어느 기업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자연 고용임원들은 불안해질수 밖에 없다.
실제가 그렇다.
H그룹에선 지난해 연대보증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명의 중역이
해임됐다.
C그룹에선 더한 일도 있었다.
회사가 부도직전에 임직원 4백60명 명의로 3백57억원이나 대출을 받았다.
그래서 별수없이 보증을 서게 된 중역들은 변칙적인 방법으로 생존책을
모색하고 있다.
임원이 되자마자 재산을 아내 등 가족명의로 바꾸는건 기본이다.
최근엔 "위장이혼"까지 등장했다.
계열사 사장을 맡다가 비서실장 등 스태프부서로 옮긴 사람들은 서둘러
거래은행에 "더 이상 나는 사장이 아니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
빨리 인보증을 풀어달라는 요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감독원 금융분쟁조정실에도 회사임원의 민원이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은감원 금융분쟁조정실에 접수된 금융분쟁은 총
7백43건.
이중 37.7%인 2백80건이 보증관련 분쟁이었다.
작년동기(1백76건)보다는 1백건이상 급증했다.
은감원 관계자는 "고용임원의 보증책임문제는 몇년전부터 주춤한 상태
였으나 올들어서는 부도업체가 많아져서 그런지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상당기간 기업부도가 지속될 것임을 감안하면 회사임원
에 대한 보증제도를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표이사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나라
에만 있는 후진적 관행"이라며 "IMF체제에 걸맞게 은행들이 여신심사를
과학화해 전근대적인 관습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금융감독위원회 등 감독당국이 회사임원에 대한 연대보증을
규정으로 금지시켜야만 전문경영인체제도 자리잡을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30일자 ).
은행들로부터 회사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요구받은 고용임원들이 잇따라
대표이사자리를 고사하고 있다.
특히 일부 임원들은 대표이사를 맡자마자 재산을 다른 사람이름으로 이전
하거나 부인과 위장으로 이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임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전문경영인체제의 정착을 가로막는 회사임원의 보증제도를 수술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회사임원의 보증제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정착되면서부터다.
IMF체제이후 부도기업체가 1만5천개를 넘어서는 등 기업부도가 잇따르자
은행들은 대표이사는 물론 자금담당임원들에게까지 회사채무에 대해 연대
보증을 서도록 요구하고 있다.
만일 회사가 부도날 경우 은행들은 담보를 획득하는 것 외에 고용임원들에게
부채를 대신 상환토록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증이 무서워 대표이사자리를 고사하는 경우가 속출
하고 있다.
H사 K전무가 대표적인 경우다.
K전무는 기업오너(회장)로부터 "대표이사" 내정을 통보받은 직후부터
고민에 빠졌다.
대표이사 통보를 하면서 회장이 내뱉은 "대출을 좀 더 받아야겠는데..."
라는 말을 못내 지울수 없어서였다.
대출을 더 받으려면 담보 외에도 연대보증인이 필요한건 자명한 일.
말하자면 대표로 승진시켜 줄테니 신규대출에 연대보증을 서라는 얘기였다.
고민끝에 그는 결국 사표를 썼다.
아무리 생각해도 25년간 모은 전재산 12억원을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K전무는 그래도 "명예"보다 "실리"를 택했다.
허울좋은 사장 명함을 들고 다니느니 차라리 재산이나 보전하자는 의도였다.
중견기업인 S사의 H부사장의 경우는 정반대다.
"자리"에 현혹됐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
지난 4월 회사가 부도를 내자 회사임원자격으로 지급보증을 섰던 대출금이
문제가 됐다.
자연 전재산이 압류됐다.
비단 부사장으로 취임한후 새로 받은 대출뿐이 아니었다.
그 전에 받은 대출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책임을 지라는게 은행의 요구였다.
평생을 직장에다 바친 결과가 빈털터리였다.
보증이 무서워 대표이사자리를 고사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보증제도 때문이다.
은행들은 회사에 대출해 주면서 가능한한 많은 담보를 요구한다.
그것도 모자라 연대보증인을 세우라고 성화다.
자연 회사의 대표이사와 자금담당 임원들은 회사채무의 연대보증인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리를 유지할수 없다.
물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냥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이다.
IMF체제가 들어서기 전에는 고용임원들의 연대보증문제가 그래도 수면아래
문제였다.
기업들이 망하지만 않으면 보증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서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부도가 줄을 잇고 있다.
5대기업을 제외하곤 어느 기업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자연 고용임원들은 불안해질수 밖에 없다.
실제가 그렇다.
H그룹에선 지난해 연대보증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명의 중역이
해임됐다.
C그룹에선 더한 일도 있었다.
회사가 부도직전에 임직원 4백60명 명의로 3백57억원이나 대출을 받았다.
그래서 별수없이 보증을 서게 된 중역들은 변칙적인 방법으로 생존책을
모색하고 있다.
임원이 되자마자 재산을 아내 등 가족명의로 바꾸는건 기본이다.
최근엔 "위장이혼"까지 등장했다.
계열사 사장을 맡다가 비서실장 등 스태프부서로 옮긴 사람들은 서둘러
거래은행에 "더 이상 나는 사장이 아니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
빨리 인보증을 풀어달라는 요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감독원 금융분쟁조정실에도 회사임원의 민원이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은감원 금융분쟁조정실에 접수된 금융분쟁은 총
7백43건.
이중 37.7%인 2백80건이 보증관련 분쟁이었다.
작년동기(1백76건)보다는 1백건이상 급증했다.
은감원 관계자는 "고용임원의 보증책임문제는 몇년전부터 주춤한 상태
였으나 올들어서는 부도업체가 많아져서 그런지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상당기간 기업부도가 지속될 것임을 감안하면 회사임원
에 대한 보증제도를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표이사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나라
에만 있는 후진적 관행"이라며 "IMF체제에 걸맞게 은행들이 여신심사를
과학화해 전근대적인 관습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금융감독위원회 등 감독당국이 회사임원에 대한 연대보증을
규정으로 금지시켜야만 전문경영인체제도 자리잡을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