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노스웨스트항공" "매리오트호텔" "버짓렌트카"
(주)샤프 사장실을 들어서면 전세계 유명브랜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단순히 방문객의 눈요기를 위한 전시용이 아니다.

백순석(44)사장이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있는 외국기업들이다.

현재 그가 판매대행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외국 항공사만도 10여개.

외국기업 고객을 가장 많이 가진 한국인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한국이 외국투자를 유치하려면
이런 인물을 본받아야한다"며 백사장을 1개면에 걸쳐 소개했다.

그의 경영스타일이 외국인 입맛에 맞다는 내용이다.

백사장이 외국기업을 상대로한 서비스사업에 뛰어든것은 지난 82년.

부친(백종근, 현샤프회장)과 가수였던 맏형(백순진, 4월과5월 멤버)이
운영해온 샤프사를 맡고 부터였다.

지난 64년 설립된 이회사는 노스웨스트항공의 티켓 판매를 대행하는
대리점에 불과했다.

그는 대표 취임직후부터 세계적인 브랜드를 찾아다니며 고객확장에 나섰다.

연간 1백일 정도는 외국에서 보냈다.

81년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딴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서울지점에서 1년간 근무하며 익힌 국제적 감각을 십분 발휘했다.

10년만에 결실을 맺었다.

그에게 오늘날의 명성을 굳히게해준 결정적인 기회가 92년에 찾아왔다.

롯데제과 등 내로라하는 굵직한 국내기업 80여개사와 경쟁, 미국
하겐다즈사의 국내 합작권을 따내 주위를 놀라게 한것이다.

노스웨스트의 국내 서비스를 대행하면서 단 한차례도 약속을 어긴적이 없는
성실성이 높이 평가받은 결과였다.

백사장의 마케팅능력도 이런 행운(?)을 잡게한 비결이었다.

주한 미대사관도 하겐다즈에 샤프를 파트너로 잡을것을 권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백사장의 최대 장점을 이같이 외국파트너에 깊은 신뢰감을
심어주는 성실성을 꼽았다.

눈앞의 이익을 챙기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끌어가는 경영
철학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IMF한파의 영향으로 올해초 국내업체들이 외국파트너에 로얄티면제 가격인하
등을 요청했을때 그는 손해를 감수하고 오히려 시판가를 올린게 그예다.

그는 이런 평판에 힘입어 올초 미국 8개 항공사가 합작설립한 세이토
(SATO)를 밀어내고 주한 미육군의 수송권을 따냈다.

미군 가족을 포함 6만명의 고객을 확보해 연간 6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됐다.

그는 이런날을 대비해 그동안 국내외 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정보로
5백만명 전도의 인적정보가 들어있는 엄청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신한은행과 합작, 신한 비자카드를 만들었으며 농협 등의
제품판매도 대행해 주고있다.

그는 요즘 가장 보람되면서도 바쁜 한해를 보내고있다.

한국하겐다즈 설립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14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또 IMF이후 그를 찾는 외국기업이 부쩍 늘면서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있다.

그는 국내기업인들이 외국기업들과 협상을 할때 지나치게 계약성사에만
급급해 준비없이 달려드는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외국업체들은 협상기간중 기본 방침을 바꾸지 않으나 우리기업들은
협상때마다 계약조건 추진방법등을 변경해 불신감을 심어준 결과"라는게
그의 진단이다.

< 김영규 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