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길 < 해양수산부 장관 >

어느덧 바다의 날을 세번째 맞게 됐다.

특히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해양의 해로 이번 바다의 날은 그 의미가
더욱 새롭다.

주지하다시피 바다는 인류의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다.

이러한 바다의 중요성을 더욱 새롭게 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세계 해양의
해를 지정하고 바다헌장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바다헌장의 기본정신은 바다환경을 깨끗하게 보전하고 풍요로운 바다자원을
후손에게 물려주는데 있으며 그 바탕은 바다를 통하여 인류공영과 평화를
실현하는데 있다.

돌이켜 보건대 역사는 바다에 도전하고 바다를 개척하는 민족에게 세계중심
에 우뚝서는 영광을 가져다 주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동아시아의 거친 바다를 활동무대로 하여 국가의
위상을 드높였으나 우리는 오랫동안 해양민족의 정기를 잊은채 살아왔다.

19세기말 선진열강의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지키지 못한 것도 바로 바다를
통해 들어오기를 원했던 선진문명을 도외시한 때문이며 바다를 모르고
바다로 진출하지 못했던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방식이 그 주요한 원인이
아닌가 한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우리를 둘러싼 국제 해양환경은 급속히 변하고
있으며 바야흐로 신해양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제 우리는 진정으로 해양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우리는 제2의 개항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세계 각국은 바다경영을
통해 일류강국으로 발돋움하려고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아직도 바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육지중심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97년을 기준으로 볼때 우리나라는 이미 조선업 분야에서 세계 제2위,
해운산업 8위, 그리고 수산업에서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해양산업 지표가 보여주고 있듯이 우리나라는 해양입국을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 또한 우리의 큰 자산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하여 해양역량을 축적하고 해양활동 영역을
전세계로 확대해 나간다면 분명히 우리는 21세기 해양부국으로서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해양수산부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기본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글로벌 해양전진기지 개발이다.

정부는 이미 94년에 선진 6개국과 동등하게 태평양심해저 광구의 망간단괴
를 확보하고 이를 상업화하기 위해 정밀탐사 및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남극개발과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동연구센터 설치를 계획중에
있다.

둘째, 대형중추항만으로서 부산.광양 양항체제를 구축하여 동북아 물류
중심기지로 육성하는 일이다.

셋째, 연근해 어업의 경쟁력를 강화함으로써 수산업의 구조조정을 도모하고
어촌종합개발을 통해 선진 수산대국을 만들 계획이다.

넷째, 연안을 통합관리하여 효율적인 해양보전 및 개발을 하고자 한다.

현재 1백50여개 연안국중 71개국이 연안관리법을 제정하여 연안에 대한
통합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의 시화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종합적인 관리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연안을 개발하고 있어 엄청난 부작용을 파생시키고 있다.

다섯째,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체제하에서 해양주권을 확보하고 해상
안전 및 해양오염 방지체제의 구축을 위해 해양경찰의 기능과 조직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21세기 해양입국을 선도할 해양수산 인력육성과 해양문화창달을
위한 해양수산 교육체제를 마련하여 국민과 해양이 함께 하는 신해양문화를
지속적으로 창달할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는 분명 해양의 세기가 될 것이다.

해양의 세기는 해양경쟁과 더불어 국가 상호간에 협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이다.

이제 해양은 특정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접국가와 긴밀히 협조하여
보전해 나가야 할 인류의 공동자산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겐 이미 1천년전 해상왕국을 건설했던 조상들의 진취적
기상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동아시아의 거친 바다를 제패했던 선조의 얼을 되새겨 세계를 무대로 한
제2의 장보고시대 를 열어야 하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 모두의
사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