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중은행들이 바빠졌다.

정부가 "3~4개 리딩뱅크(선도은행)"를 중심으로 은행산업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어서다.

이들 은행은 외환은행식의 합작을 성사시키거나 가시적인 자구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자칫하면 구조조정대상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합작을 성사시킬 것이냐, 아니면 다른 은행과 합병을 본격 추진할 것이냐가
이번주중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와관련, 정부관계자는 "대형은행의 자발적 합병을 최대한 유도하되 실사
결과가 나오는 7월이후에는 인위적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빠르면 이달안에 리딩뱅크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 덧붙였다.

대형 시중은행중 관심의 초점은 조흥 상업 한일은행.

이들 은행은 지난해말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
자구노력을 진행중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자칫하면 피합병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이들 은행이 추구하는 것은 합작과 인수합병(M&A)주도 등 두가지.

우선 합작성사를 위해 세 은행 모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1억달러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주력하고 있다.

장철훈 행장은 이미 체이스맨해튼 홍콩상하이 도쿄미쓰비시 SBC워버그은행
등과 논의를 가졌다.

상업은행도 모건스탠리를 주간사로 선정, 합작파트너를 찾고 있다.

한일은행의 경우 외국은행과 합작이 상당히 진전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세은행 모두 주가가 1천원 안팎을 맴돌고 있다는게 걸림돌이다.

세 은행은 외자유치와는 별도로 M&A 대비책도 마련했다.

골자는 다른 대형시중은행과 합치되 합병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도상연습단계에 불과할뿐 의사타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조흥+상업+한일" 합병설이 나돌고 있다.

국민 주택 외환 신한은행 등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편이다.

자타가 합병주체은행으로 공인하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은 그러나 기업금융과 국제업무가 취약, 다른 대형은행과 합칠
경우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이에따라 2억달러의 외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택은행은 다른 대형시중은행과의 합작에 적극적이다.

신한은행도 이미 도상연습을 마친 상태.

신한은행은 현재의 분위기로 미뤄 소형은행과의 합병보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은행과의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