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에 연연하지 않겠다. 은행이 건강하게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한도 동남은행장이 경남은행과 합병추진사실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합병만 성사된다면 자신은 물러날 용의가 있다는 얘기다.

허 행장의 이런 태도는 두 은행의 합병논의를 급진전시켰고 성사가능성을
높였다는게 금융계의 정설이다.

그동안 은행간 합병의 필요성은 누누이 제기됐다.

그러나 필요성은 책상위에서만 맴돌았을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합병의 효과가 없다는 은행도 있었다.

직원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가하면 우리사회에서 이질적인 조직을 합치는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이런 이유는 합병을 가로막는 곁가지에 불가하다.

오히려 가장 큰 걸림돌은 은행경영진이다.

국내은행의 현실상 은행주인은 다름아닌 경영진이다.

구체적으론 은행장이다.

은행장이 결심하면 못할게 없다.

합병도 마찬가지다.

은행장이 자리에 연연하지만 않는다면 다른건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것 같다.

명백한 피합병 대상은행조차도 외자유치를 통해 "홀로서기"를 하겠다고
야단이다.

합병을 모색하고 있는 은행들도 자신보다 못한 은행만을 파트너로 찾고
있다.

은행은 망해도 자리는 지키겠다는 "의지" 탓이다.

허 행장의 결단이 돋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은행산업의 선진화를 이룰수 있느냐 여부는 은행장들에 달려 있다.

하영춘 < 경제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