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는 벤처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급등은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 모두에 큰 주름을
안겨줬다.

벤처기업들은 하이테크 업체 일수록 핵심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 IMF 이전에 비해 40~80%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했다.

이러다 보니 연 매출 1백억원대 이상의 중견 벤처기업들이 원자재 구득난에
운용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 부도를 내는 사례가 잇따랐다.

벤처캐피털 회사들 역시 IMF 이후 시중의 돈이 투자조합으로 흘러들지 않고
고금리의 금융상품에 몰리다 보니 투자여력이 없어 대부분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코스닥 시장도 침체에 빠짐에 따라 투자회수가 불투명하다 보니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돼 있다.

신정부 들어 벤처산업에 정책적 무게가 실리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벤처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변화국면을 맞고있는 것이다.

벤처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듯 정부가 벤처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고
벤처업계도 여기에 편승해 어느정도 힘을 얻고 있다.

확실해진 것은 "정부주도 벤처육성"으로 굳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벤처는 자율의 토양위에서 발전한다며 일각에선 정부 개입을
반대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가적 운명이 걸린 중대사안인 만큼 벤처산업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신정부 출범 이전 오락가락했던 벤처정책은 중소기업청이 벤처기업국을
가동하면서 무게중심이 중기청으로 옮겨졌다.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이 경쟁이라도 하듯 관련 분야의
벤처 이벤트를 만들며 지원시책들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미국(실리콘밸리)을 참조한 이스라엘형 벤처비즈니스"를 바람직한
한국형 벤처모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이스라엘 등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얻은 결론인
것 같다.

전국 몇몇 도에 건립될 테크노파크는 실리콘밸리의 축소판을 연상케 한다.

중기청이 중진공을 통해 공공 벤처캐피털을 만들면서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를 본땄다고 밝힌 것은 그 방증이다.

특히 국토면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와 유사한 이스라엘이 현실적으로
벤치마킹의 최적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이 확실시된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달리 강력한 정부의 벤처드라이브 시책에 의해 세계
2위의 벤처강국이 됐다.

최근 중기청이 세계은행(IBRD) 차관중 4천억원을 벤처창업.성장지원및
고용창출을 위해 쓰겠다고 밝히는 등 벤처 부문에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정부자금을 한푼이라도 더 타내기 위해 혈안이다.

방대한 벤처 인프라구축 등을 감안하면 오는 2000년까지 벤처 분야에
투입될 자금은 수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벤처비즈니스에선 실패도 자산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부도를 사업밑천으로 인정해주는 실리콘밸리처럼
여유롭지가 못하다.

벤처산업 육성을 빌미로 국가 예산을 낭비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선 정책담당자가 실적주의에 연연하지 말고 실력과 소신으로
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