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영림원이 내놓은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은 기업경영을 한눈에 들여다볼수 있게 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조사와 상품기획으로부터 생산 물류 사후관리에
이르는 제조 전과정을 개별 기업환경에 알맞게 제어할수 있다.

조직구성 인사정보 자금흐름 등 모든 관리업무도 이 프로그램으로 해결할수
있다.

그 어떤 공장설비보다 경영에 필수적인 핵심장비인 셈이다.

첨단 지식정보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생산설비(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산업현장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생산과 경영의
기본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종전의 소프트웨어는 생산공정을 보조하는 액세서리였다.

그러나 지금의 소프트웨어는 산업현장 전반에 폭넓게 응용되는 핵심적인
생산도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기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른바 "뉴하드"(New Hard)의 출현이다.

뉴하드산업의 부상은 중소기업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제조업종이 극심한 불황을 겪는 가운데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뉴하드산업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창업한 벤처기업의 절반이상이 크게 보면 산업소프트웨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갖는 뉴하드범주에 속한다.

특히 뉴하드산업은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유망 틈새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자본이나 값비싼 설비가 필요없는 아이디어와 기술집약형 업종인데다
생산환경변화에 재빨리 대응할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IMF이후 소프트웨어 수입가격이 급등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뉴하드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은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개발, 공급하고 대기업은 이를
생산라인에 적용하거나 범용 상품화하는 등 역할분담을 통해 공생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뉴하드산업의 출현은 개발과 생산의 틀도 변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직접 자르고 깎고 다듬는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제품구상과 디자인 자체가 컴퓨터프로그램 속에서 이뤄지고 개발품 테스트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능해졌다.

공장이나 연구실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져온 개발과정이 사이버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생산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종래의 대량생산체제는 점차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러한 생산구조 변화의 촉매제가 바로 뉴하드산업이다.

한편 생산기술이 고도화되고 업종이 세분화되면서 뉴하드 개발은 산업현장과
유기적인 연계를 맺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이 직접 의뢰업체의 공장이나 사무실에 가서 생산공정과
기업환경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벤처기업인 한국디지탈시스템은 포항제철 등 대기업 생산라인이나 관리
시스템에 적합한 맞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산현장에 필요한 하드웨어도 함께 제작해준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지식정보화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뉴하드업종이
기반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정부도 산업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대한
자금지원과 세제혜택 등 다각적인 육성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