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사회에 총체적 도덕적
해이에 대한 자성의 소리가 높다.
금융기관은 맡겨진 예금을 면밀한 심사없이 부실기업에 과도하게
융자하거나 투기적 동기로 위험성이 높은 자산에 운용했다고 지적받는다.
기업도 많은 자금을 외부로부터 차입, 과잉 중복된 투자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도 그 무능함을 비난받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도덕적 해이란 남의 재산을 맡은 사람이 자기
재산처럼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상태를 일반적으로
지칭한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적 해이는 평균적 인간에게는 병리적 현상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임을 받아들여야 하겠다.
그래야만 가치판단을 앞세우기보다 현실적인 대비책이 가능하다.
금융기관이 맡은 예금을 자기돈 못지않게 최선을 다해 운용하도록 하는
것은 시장의 경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남으로부터 맡겨진 자금을 위험하기는 하지만 성공시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곳에 투자하고 싶은 유혹은 참으로 이기기 어렵다.
이는 우리뿐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반복적으로 발생되었던 금융부실의
주원인이었으며,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잘못된 결과를
정부, 즉 국민의 부담으로 떠넘겨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자산 운용시 안전성만 강조된다면 경제의 역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의 경제발전 과정을 볼 때 어느정도 도덕적 해이의 성격도 있는
과감한 투자가 경제활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위험해 보이지만 가능성있는 사업을 분별하고 기꺼이 자기책임하에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자가 많이 나와야하겠다.
높은 수익을 겨냥해 높은 위험을 전문성을 갖고 관리하는 벤처캐피털의
육성이 필요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