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주한 외국대사관이나 정부기관이 주거용 집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환율상승과 집값하락에 따라 주택을 사는 것이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유럽의 한 주한대사관은 지난3월 고위간부
주거용으로 한남동 80평형 빌라를 7억원에 매입했다.

이 간부는 원래 월8백만원씩 월세로 3년간 2억8천8백만원을 일시불(깔세)로
내고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지고 달러가치가 높아져 7년4개월치의 임대료를 내면
집을 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다른 유럽국가의 대사관은 직원거주용으로 지난해말 7채의 빌라를
통째로 샀다.

중동산유국의 한 대사관도 8가구를 일괄매입해 1층을 대사관으로 쓰고
나머지는 숙소용으로 쓰고 있다.

그런가하면 미국 대사관은 아예 직원용숙소를 건축키로 하고 80명의
직원이 살 숙소를 짓기 위한 2천평규모의 땅을 찾고 있다.

이는 비싼 임대료를 내는 것보다 집을 짓는 것이 경제적이고 건축후
투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이태원에서 대지를 찾았으나 마땅치않아 현재 구기동과 평창동
일대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업목적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들도 예전처럼 2~3년치 임대료를 선불로
내는 깔세대신 아예 매입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내주재 외국계은행에 거주하는 한 교포는 한국에 부임하면서 성북동
1백평짜리 빌라를 16억원에 매입했다.

7월부터 외국인부동산취득이 자유로와지는 것에 맞춰 미리 주택을 구입한
것이다.

그는 가등기 가압류등의 채권관계를 설정해놓고 법률안이 시행되면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기로 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부동산투자자문 및 중개업무를 하고 있는 서울부동산
컨설팅 권태홍 사장은 "빌라를 임대중인 외국인이 임대기간만료에 따라
빌라매입의사를 타진해오는 횟수가 점차 늘고 있다"며 "앞으로 외국인의
주거용주택매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