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계는 수출전망을 더욱 어둡게 보고 있다.

주력수출시장인 아시아국가의 수요가 얼어붙고 있고 엔화약세현상으로
수출에 타격을 받을게 볼보듯 뻔해서다.

올들어 4월까지 대아시아수출은 1백96억9천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현상은 5월수출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5월들어 20일까지 아세안
7개국에 대한 수출은 16.5%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해 외환위기를 겪은 태국 등 대부분의 동남아시아국가들은
최근 자동차 등 수입품관세를 크게 올려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때문에 아세안 7개국에 대한 완제품수출은 전년과 비교해 절반이하로 줄고
있다.

조석순 현대종합상사 방콕지사장은 올들어 태국에 대한 자동차수출이
끊기다시피했다고 말했다.

태국정부가 자동차 수입관세를 90%가량 올린데다 내수수요가 위축돼 수출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1.4분기중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수입규모가 외환위기의 여파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30%이상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성빈 콸라룸푸르 무역관장은 "전자부품 등 일부 원부자재의 수출이 전년
수준을 유지할 뿐 완제품의 수출은 절반이하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수출의 10.8%와 10% 비중을 각각 차지했던 일본과 중국의 수출
전망도 썩 밝지 않다.

올들어 4월까지 우리나라의 대일본 수출은 42억3천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2%가량 감소했으며 중국수출도 2.1% 줄었다.

신원식 한국무역협회상무는 "재고상품과 유휴설비의 수출이 일단락되고
기업부도에 따른 생산기반의 붕괴로 앞으로 수출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엔저가 우리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1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엔저가 우리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
에 따르면 엔화가 10% 절하될 경우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2년동안 37억달러
악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단가인하압력이 높아져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가정용 전자제품 타이어 등의 수출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장병주 (주)대우사장은 "외국환은행의 환어음 매입 등 수출금융지원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수출활성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김창로 산업자원부 수출과장은 환가료 부담으로 수출업체의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출환경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앞으로 수출업체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
하고 지난해 수출수준을 이어가기도 벅찰 것으로 예상된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