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귀 구기자 오미자등 국산 한약재의 재고가 눈덩이처럼 늘어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1일 사단법인 한국생약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소비가 많은 23개
주요 한약재의 재고는 9천18t.

지난해 생산량(2만4천7t)의 37.9%가 팔리지않은 셈이다.

지난해 생산량이 4천5백79t으로 전체 한약재중 가장 많은 황기의 재고는
1천2백t.

이는 지난해보다 2.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당귀의 재고도 지난해의 3배수준인 1천2백t에 이르고 있다.

독활의 재고는 9백80t으로 지난해 생산량(6백33t)을 능가하고 있으며
택사와 치자도 각각 남은 물량이 생산량의 90%, 80%에 육박한다.

이같이 한약재 재고가 급증한 것은 IMF한파로 올들어 수요가 지난해보다
60~70% 줄어든데 드링크등 식품원료용으로 수입된 값싼 외산농축한약재
(엑기스)가 시중에서 국산 한약재로 둔갑,유통되기 때문이다.

가격도 지난해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그간 황기(1년근)는 근당(6백g)8천원~9천원수준에서 도매거래가 이뤄
졌으나 최근 3천원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두충(중품)도 근당 4천원으로 종전(7천원)보다 40%가량 하락했다.

생산원가에도 못미칠 정도로 시세가 폭락함에 따라 애써 재배한
당귀 천궁등의 일부가 논밭에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올해 생산예정량도 이를 반영,지난해보다 46%가량 줄어든 1만2천9백50t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약협회관계자는 "지난 2년전만해도 전국에서 6만여 농가가 한약재를
재배했으나 최근에 4만여 농가로 격감했다"며 "재배농가를 위한 별도의
조치가 없는한 외산에 비해 탁월한 효능을 지닌 국산한약재를 앞으로
구경하기조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승욱 기자.swchoi@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