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의 최우등생 싱가포르가 올해 "제로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최악의 경우엔 마이너스성장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또 올해 근로자해고숫자는 지난 85년 경기침체때의 2만명을 넘어서
사상최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시아 위기 때문이다.

이제 싱가포르도 위기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싱가포르의 선데이타임스지는 15명의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싱가포르경제상황을 조사한 결과, 이중 2명이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경제에 마이너스성장이 거론되기는 처음이다.

나머지는 1.5%의 플러스성장을 전망했다.

이 신문은 마이너스성장 예상치를 소수의견으로 무시한다 해도 대다수
전문가들의 1.5% 전망치 역시 정부가 당초 예상한 4.5%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때를 같이 해 나온 외국금융기관들의 전망치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크레디 리요네증권과 산탄데르투자사는 싱가포르의 성장률이 0.3%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금융기관 IDEA는 아예 제로성장을 예상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무역산업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고 4.5%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역산업부는 그러나 오는 6월말에 이같은 성장목표를 달성할수 있는지
여부를 재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혀 정부당국도 경제를 당초보다 어둡게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관련, 림분헹 무임소장관은 지난 1.4분기중 해고근로자수가 7천명에
달했다며 "올 한해 일자리를 잃게될 근로자가 2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가포르의 상황이 나빠진 것은 다름아닌 주변국의 영향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위기의 영향권 밖에 있던
홍콩 말레이시아 등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경제도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강하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중국다음으로 높은 성장률(7.8%)을 기록한 싱가포르까지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됨으로써 아시아경제에 드리워진 동시불황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다.

IDEA의 아시아경제분석가 니잠 이드리스는 "외환위기 국가들의 경기불황이
주변 아시아국가들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동남아 전체가
불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