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제일 서울은행을 어떤 방식으로 팔까.

은행권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제일 서울은행의 구체적인 매각수순
과 조건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초 정부가 출자한 이후 새로운 변수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의 지속적인 증가, 영업프리미엄, 고용승계여부, 과거 부실채권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여부, 정부의 출자금(1조5천억원) 회수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재계는 대기업들의 지분참여 허용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금융.실물경제와 정부재정의 복잡미묘한 상황이 압축돼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6월말 삼일회계법인과 쿠퍼스앤드라이브랜드의 자산실사결과가
나오는대로 해외로드쇼를 거쳐 두 은행에 대한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 매각 조건 =정부는 최소한 출자금이상의 가격을 고집하고 있다.

출자금이하로 팔 경우 국민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
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순자산규모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영업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1조5천억원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두 은행의 부실채권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게 부담이다.

3월말현재 서울은행의 실질부실여신(부실여신-대손충당금 적립잔액)은
1조2천1백97억원으로 작년말(9천6백32억원)보다 2천5백65억원이 증가했다.

작년말 8천2백71억원이었던 제일은행의 실질부실여신도 3개월만에
1조29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추세대로라면 매각시점까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8%선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다 인수자측이 매각전의 여신에 대해 정부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나올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현재 재정여건상 지급보증은 불가능하다.

인수자는 가격을 깎자고 나올 공산이 크다.

결국 협상의 관건은 영업프리미엄의 인정수준과 향후 부실채권의 증가규모
에 달려 있다고 볼수 있다.

<> 매각대상 =정부는 일단 외국계은행만을 대상으로 공개입찰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의 입찰참여는 꺼리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도 부담스럽지만 매각후 야기될 특혜시비도 골치
아프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행 은행법 시행령은 외국계와의 합작을 전제로 국내 기업들도
은행소유지분을 늘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재계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우 김우중 회장은 최근 초대형 합작은행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정부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따라 외국계은행의 단독인수가 어렵거나 가격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합작을 전제로한 국내 기업들의 인수가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 조일훈 기자 ji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