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디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일본에서 부동산값이 7년여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지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에서는 모처럼만의 부동산시장 활기가 침체된 일본경제의 회복에
단초가 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일 도쿄의 지난해 주요 상업용
부동산가격이 전년도에 비해 5%정도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지난 91년 자산버블이 붕괴되면서 부동산값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도쿄내 주요 상업용 건물 가격은 지난 96년말까지는 부동산값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91년수준의 80%를 밑돌았었다.

도쿄 중심가인 긴자의 경우 지난 3월기준 부동산값이 연초수준보다 4%
가까이 올랐고 중심부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도 3-5%정도 상승했다.

이처럼 도쿄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자 중심가에는 고층빌딩을
신축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부동산기업인 모리빌딩의 경우 올해에만 도쿄에서 7개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도쿄의 부동산값이 다시 오름세를 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금융빅뱅을 계기로 일본에서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대거 부동산을 사들인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 피델리티증권등의 경우 최근 사업규모를
늘리면서 대형 건물들을 잇따라 매입하고 있다.

여기에다 휴렛팩커드, 선 마이크로시스템즈등 외국계 비금융기관들까지
가세해 싼값의 부동산을 앞다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의 마크 슈바르쯔 일본지사장은 "외국계 기업들은 일본
부동산경기가 거의 바닥까지 왔으며 조만간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도쿄의 주요 상업용건물 가격 상승은 곧 일본 전체
부동산시장의 조심스런 회복을 알리는 바로미터로 보고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특히 이같은 부동산가격 상승을 침체된 일본경제를
되살리는 최대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ABN암로증권의 마사히코 이사는 "부동산시장 회복은 조만간 닛케이주가를
상승시키는 작용을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일본경제의 회복을 앞당기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