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4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다.

청와대는 김 대통령의 취임 1백일을 평가하면서 "국난 극복의 출발"로
표현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제 레일은 깔았다"고 평가했다.

외환위기라는 급한 불은 끄고 경제구조개편을 위한 큰 틀도 짰다.

국민의 정부가 마련한 제도를 바탕으로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외환위기의 성공적인 극복을 최대의 업적으로 꼽고 있다.

지난 연말 대통령선거 당시 39억달러에 불과하던 가용 외환보유고가 5월말
현재 3백87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금리 물가 등의 경제지표도 호전됐다.

특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김 대통령의 철학은 IMF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하에서 국가신인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아시아적 가치"보다 민주주의를 선택해 미국과 유럽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만큼 국정운영에서도 토론과 절차를 중시했다.

국무회의와 경제대책조정회의 등 주요회의를 직접 주재하여 속도감있는
정책결정을 해왔다.

이로인해 외국인에 대한 기업인수합병(M&A) 전면허용, 외국인 토지취득
자유화, 외국인투자업종 개방확대 등 외국인 투자환경을 급속히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책혼선도 적지 않았다.

정부조직 개편이후 각부처의 조직이 안정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상태에서
현안이 불거지는데 따른 혼란이 잦았다.

경제팀을 이규성 재경부장관과 강봉균 청와대경제수석의 투톱체제로 구축한
것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국정개혁의 순서가 뒤바뀐 것도 노동자와 지식인으로부터 지지받는데
장애가 됐다.

정치권-정부-금융기관-기업-노동자로 이어지는 개혁이 아니라 기업과
노동자부터 고통을 먼저 떠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김 대통령은 "다음 1백일"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여론"보다는 IMF이후의 청사진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