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존여비 정서가 사회 밑바닥에 강하게 깔려있는 한 여성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렵습니다"

이문자(54) 서울여성의전화 회장은 여성에 대한 사회전체의 인식변화가
여성문제 해결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올 1월 개설한 "여성위기전화"에 한달 평균 1천여건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여성폭력 심각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치지요"

이회장은 상담내용은 남편의 폭력이 대부분이고 성폭력, 시댁과의 갈등,
알콜중독 등에 관한 것도 많다고 덧붙였다.

여성위기전화는 폭력 등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여성에게 신속한 대응요령
안내는 물론 미혼모시설 연결, 취업 주선 등의 역할을 하는 위기전화인
동시에 안내전화.

서울을 비롯 부산 인천 등 전국 16개 주요 도시에 복지부 위탁으로 개설된
이 전화는 국번없이 1366이며 24시간 운영된다.

일반전화(263-6464)는 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폭력을 이슈화하는 사회단체가 없습니다.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각종 활동을 강화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3백5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여성의전화는 남편폭력, 미혼모, 간통 등
각종 여성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문상담자 육성프로그램을
마련중이다.

"오는 7월부터 "가정폭력 방지법"이 발효됩니다.

누구나 신고만하면 경찰은 초동수사를 통해 격리.퇴거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여성인권단체들은 추진위 구성, 법률안 작성, 관련단체 설득 등 지난해
이 법의 국회통과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법의 실효성엔 조금 회의적 입니다.

경찰은 물론 사회전체의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변화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경찰의 의식전환이 시급하다는 그는 가정폭력은 자녀정서에 치명적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여성의전화는 긴급상황에 처한 여성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쉼터"와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 신동열 기자 shin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