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합병설이 난무하면서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해당은행 직원들은 극도로 동요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선 합병여부와 예금의 안정성을 문의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은행에선 예금인출 조짐도 목격되고 있다.

은행들은 이같은 동요를 막기위해 필사적 자구계획을 기울이고 있다.

상업은행은 2-3개 지방은행을 합병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흥 한일은행 등도 후발은행이나 지방은행을 합병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말하자면 합병의 피주체로 전락하느니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시이다.

그러나 급조된 자구계획을 서둘러 발표하다보니 실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자신들이 살기위해 다른 은행을 물고 들어간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등 은행간 다툼도 일고 있다.

<>.상업은행은 이날 자구계획을 서둘러 발표.

그러나 자구계획에는 실현가능성이 없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구설수.

예컨대 영업망이 취약한 지역의 지방은행을 흡수합병한다고 했지만 정작
해당 지방은행들과는 전혀 접촉도 가지지 않았다고.

또 2억달러규모의 합작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성사가능성은 거의 없는 형편.

다만 서울회현동에 신축중인 본점을 매각하고 뉴욕현지법인을 파는 것은
평가할만 하다는게 금융계의 분석.

상업은행이 이같은 자구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자칫하면 자신들이
피합병은행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다급함에 기인했다고.

조흥은행과 한일은행도 비슷한 계획을 잇따라 발표할 예정이어서 은행들의
주도권잡기는 갈수록 점입가경.

이와 별도로 합병설이 거론된 조흥 상업 한일은행 노조 위원장은 긴급모임
을 갖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분주한 모습.

<>.조흥 상업 한일은행 직원들은 세은행 합병설이 나돌고 있는 것에 대해
"그간의 기여도는 무시된채 현재의 지표만 중시되는 것같아 억울하다"며
반발하는 모습.

은행구조조정이 임박해지면서 "리딩뱅크"(선도은행)를 둘러싼 논쟁도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조흥 상업 한일은행 등은 "외국의 사례를 볼 때도 커머셜뱅크(도소매
국제업무를 함께 취급하는 상업금융기관)가 은행산업의 주축역할을 했다"며
"경영이 일천한 후발은행이나 전문분야에 특화한 은행을 리딩뱅크로
육성해선 안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런 반면 신한은행 등은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합병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형은행들은 비슷한 규모의 은행과 합병하는 것은 현실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고 보고 우량지방은행 또는 후발은행과의 합병을 모색할 움직임
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느니 적극적으로 나서는게 좋지 않느냐"
며 경영진을 압박하기도.

조흥은행 임원들은 정부지원을 전제로 부실지방은행도 인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대형은행간 합병의 경우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단계적인 합병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인 것.

<>.대형 은행들은 금융감독위원회가 당초 일정을 감안하지 않고 사냥몰이식
으로 합병분위기를 잡아나가는 것에 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 임원은 "일정에 다르면 6월말까지 자구계획을 평가하도록 돼있다.

제대로 심사도 하지 않고 흔들면 어떻게 하느냐"며 하소연.

은행들은 자산 부채실사도 아직 채 끝나지 않은 상태인데 무엇을 근거로
합병대상 운운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