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간) 뉴욕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 국제세미나에는
국내외 석학과 금융 전문가, 투자담당자 2백여명이 참석, 한국 경제의 향후
전망과 투자환경을 놓고 시종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체로 한국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여러가지 개혁조치들이 착실히 추진되고 있어 예상보다 빨리 경제회복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었다.

아직 가시적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 세미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해외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상황을 소상하게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는게 현지의 평가다.

뉴욕세미나에서 주제발표 등을 통해 참석자들이 밝힌 견해를 소개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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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위기관리 능력 ]

로버트 호매츠 < 골드만삭스 부회장 >

한국은 외환 위기를 맞은 이후 두 차례의 고비를 넘겼다.

첫번째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구제금융 신청이었고, 두번째는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를 중장기채로 전환하고 40억달러의 외환평형기금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하는 등 최악의 외환 경색을 벗어난 일이다.

지금 한국은 세번째 고비를 맞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그것이다.

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해결해야 할 일은 많다.

상호지급보증 금지와 재무개선 협약, 경영투명성 제고, 파산법 정리, 자산
재평가에 대한 규제철폐 등이 그것이다.

이들중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것이 없다.

특히 정부의 딜레마가 적지 않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하는 동시에 부실은행 처리와
기업 구조조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 역시 어려운 처지다.

부실 여신을 줄이기 위해 자금 줄을 조이면 기업 도산이 증가해 다시
부실여신이 쌓일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해결책중 하나는 채무와 지분을 교환하는 이른바 "채무의 주식전환
(debt-equity swap)"이다.

이 방법을 잘 활용한다면 기업은 도산을 피하고 은행은 부실여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업도 자구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한편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에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의 노력을 적극 펼쳐야 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아무리 빨라도 몇개월은
소요될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추진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