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각지에 진출해있는 종합상사들이 미수금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2일 방콕 콸라룸푸르 호치민 등에 진출한 종합상사 지점에 따르면
동남아외환위기 인도네시아 사태등으로 수출 미수금이 크게 늘어 신용거래가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수출업체들이 떠안고 있는 미수금 규모는 인도네시아 2억5천만달러
베트남 1억5천만달러 등 동남아시아지역에서만 5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동남아 수출미수금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등으로 경영난을
겪고있는 현지 바이어들이 대금결제불가(Default)를 선언하거나 대금
지급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어서다.

수입과정에서 발생한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클레임을 제기,
대금결제를 늦추는 일도 적지않다.

건설기자재 및 기계 장비 등은 아예 되가져가라고 요구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재 (주)대우 콸라룸푸르지사장은 "신용장(LC)방식의 수출에서도
개설은행을 통해 지급불가(Unpaid)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현지 은행에서 개설한 신용장까지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바이어가 대금지급불가를 선언해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

종합상사는 바이어에게 믿을 수 있는 외국계 은행에서 신용장을
개설하라고 요구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바이어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근필 SK상사 콸라룸푸르 지사장은 "20년동안 거래해온 바이어조차
믿고 거래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남아지역에서는 신용거래가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위기가 계속되면서 한국과 동남아 국가간 무역거래의 신용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한 종합상사는 지난해말 베트남에 철강류 등을 수출했으나
지금까지 4천만달러를 아직 받지못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3개월 동안 일부 수출품을 압류, 제3국에 다시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아직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출보험공사로부터 보험료를 받아도 손실규모가
2백억원을 웃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도 30여개 수출업체가 수출대금을 제때 결제받지 못했다.

박노진 삼성물산 방콕지사장은 "현재로선 수출을 늘리기에 앞서 대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성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콸라룸푸르무역관장은 "미수발생을 막기
위해 국내 중소수출업체들은 전신환(TT)방식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며 "이 지역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보수적으로 수출영업을
하는게 낫다"고 전했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미수금에 대한 우려로 앞으로 동남아시아지역의
교역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들어 4월까지 우리나라의 아세안 7개국에 대한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가 준 50억달러를 기록했다.

외환위기로 현지수요가 급격히 위축된데다 종합상사들이 이 지역에 대한
영업을 조심스럽게 하는데 따른 현상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등의 영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또 미수금사태로 동남아지역 국가기업들과 그동안 쌓아온 신용기반이
흔들리면서 원만한 수출계약을 맺지못하고 잇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지역 수출을 강화할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 방콕=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