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 서울대 법대학장 >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올바로 판단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태어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때마침 "대한민국 건국의 내막"(로버트 올리버저 박일영역 전2권 계명사)이
나왔다.

저자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박사의 고문을 지낸 미국인.

그는 42년 워싱턴에서 이박사를 만난 이래 60년 이박사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날때까지 그의 편지와 비망록 등 자료를 모아 해외독립투쟁과 건국
과정에서의 역할, 당시 한미관계 등을 생생하게 엮었다.

이 책을 읽으면 몇가지 남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첫째 기록을 잘 남기지 않는 한국인들과 달리 저자는 이박사와 교환한
편지는 물론 하찮은 사실까지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런 기록들은 다른 데서 얻기 어려운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둘째 건국시기의 숨가빴던 순간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어 잘못 알려진
건국사의 일부를 옳게 깨우쳐준다.

셋째는 우리 현대사의 거목을 다룬 전기, 위인전으로도 읽힐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를 여러가지 덕목을 갖춘 지도자로 그리기도 하고 때로는 욕심많고
독선적인 측면을 지닌 인물로 기록하기도 하면서 한 인간의 심리변화나
내면적 갈등을 솔직히 묘사하고 있다.

넷째로는 미국이 당시 한국에 대해 취했던 입장을 엿볼수 있는 한미관계의
외교지침서이기도 하다.

이 책의 출간으로 반세기 이상 가려져 있던 건국전후사의 주요부분이
밝혀지게 됐다는 의미에서 크게 경하할 일이다.

역자 박일영씨는 대한민국 건국사와 이승만 연구에 한평생을 바친
민주주의자다.

번역은 그의 해박한 지식과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원저자와 오래 친교를 유지해온 그는 집필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자신의 논문을 보태고 색인까지 작성해 연구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역사연구자는 물론 학생 외교관 공무원 직장인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