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악재, 장기호재"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들은 퇴출대상기업을 확대시기로
한 금융감독위원회의 조치가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기악재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퇴출대상기업이 늘어나면 그만큼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주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다 은행권 부실여신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금감위 주문대로라면 퇴출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돼온 5대그룹 계열사
도 대상기업에 포함될 수있다.

협조융자로 연명하고 있는 11대 대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황창중 LG증권 책임조사역은 "물리적 충격뿐 아니라 일반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며 "일시적으로 투매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호재라는 시각이 강하다.

구조조정을 신속,과감하게 하지 않으면 경제회복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기환 대한투신 주식운용팀장은 "생존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자꾸 돈을
대주다 보면 부실규모만 키우게 된다"고 지적하고 "한번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들도 이같은 시각에 동조하고 있다.

쟈딘플레밍증권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퇴출대상기업이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최근의 신문뉴스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퇴출기업을
어정쩡하게 선정하면 발표하지 않은 것만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당장 어떤 반응을 나타내기보다는 좀더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구조조정 일정이 또다시 늦춰졌다는 대목이다.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지방선거 일정 때문에 늦춰지더니
또다시 미뤄졌다"며 "도대체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냐 말겠다는 것이냐"
고 반문했다.

이번 조치가 자칫 한국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반투자자들의 경우는 "단기악재 장기호재"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감안해
주식매매에 더 신중하게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환팀장은 "최근 은행권의 구조조정 윤곽이 드러나자 모든 은행주들이
강세를 보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구조조정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뒤 매매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부실은행을 지원할때는 기존 주주들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며 "이는 1백% 감자조치로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 조성근 기자 trut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