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때문에 구미공장을 움직이는 핵심인력 일부를 뉴포트로 "차출"해 갔다.
경상도 토박이인 신민호 차장(37)도 그중 한명.
공장건설이 시작될 무렵인 지난해 3월부터 웨일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직원들과 함께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신차장은 가족들이 오기로 예정
되어 있는 4월이 되자 점점 초조해졌다.
공장건설을 위한 일은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살 집을 구하고 아이들 학교
문제도 알아봐야 할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동료들에게 말하기도 그렇고,말한다 해도 피차 같은 입장이어서 어쩔
도리가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때 질리안 벨이란 이름의 구세주같은 여인이 나타났다.
웨일스개발청(WDA)안에 있는 "Welcome to Wales(웨일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란 팀소속의 여직원이었다.
이 팀의 임무는 주재원 가족의 정착을 도와주는 것.
"구체적으로는 주재원 부인과 자녀들의 생활편의를 지원해 이들이 빠른
시일내 현지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주택 구입하는데 몇주
걸리고 학교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민하는 등 주재원들이 집안일에
매달리다보면 기업들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겠습니까"
질리안 벨의 말이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집을 구해 주는 일.
신차장 사무실로 찾아와 어떤 집을 원하는지를 알아본뒤 3-4개의 후보지를
물색해 놓고 신차장과 함께 둘러보면서 살 집을 최종 결정토록 했다.
신차장은 점심시간때 짬을 내 잠깐 나가서 집을 살펴볼 수 있으니 상당한
시간이 절약됐다.
그녀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옆에서 세부적인 사항까지 거들며 차질이
없도록 도와주었다.
4월말 한국에서 가족들이 오자 그녀는 더욱 바빠졌다.
혁준(9) 혁찬(7) 두 아이의 학교도 알아보고 입학절차를 챙겨 줬다.
아이들 학교가 결정되자 신차장 부인 박미애씨(35)를 데리고 나섰다.
우선 이웃집 영국인 부인에게 "한국에서 새로 이사온 LG가족"이라고 인사
시켜 주고 시내로 나가 쇼핑센터가 어디 있는지, 중국식당과 일본식당은
어디 있는지 등을 상세히 안내해 줬다.
의식주 생활에서 기본적으로 불편이 없게 되자 부인과 자녀들이 영어를
빨리 배울수 있도록 영어교실을 다니게 하거나 개인교사를 알선해 주기도
했다.
"그녀는 한마디로 필요할때 무슨 일이든지 도와줬습니다. 집에 와서
텔레비젼 등 가전제품을 설치해 주고 중고차를 싸게 사는 방법도 가르쳐
줬어요. 전기세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하니까 해당 관청에 물어 그 이유
까지도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부인 박씨는 "지금도 그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신차장 가족이 어떤 특별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
동시에 진출한 30여세대의 가족들이 그녀의 고마운 서비스를 똑같이 받았고
그덕에 빨리 정착할 수 있었다.
물론 주재원들은 집안일 걱정없이 회사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고.
WDA가 웰컴투웨일스팀을 발족한 것은 96년 11월.
LG그룹의 투자가 최종 확정되면서부터다.
당시엔 질리안 벨 혼자 업무를 담당했으나 LG그룹 직원들과 부품업체직원
가족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팀원수를 3명으로 늘렸다.
질리안 벨이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일은 이같은 직접적인 지원보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1백세대의 한국가족이 온다면 아이들만 2백여명에 달합니다. 이 아이들이
동시에 학교에 들어가면 웨일스의 교육정책까지 바꿔야 하지요. 따라서
요즘은 지역교육청 웨일스장관실과 협조해 학교에 외국인학생들을 위한
영어교사를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습비가 별도로
들어가는 개인교사를 소개해 주는 것보다 학교에 영어교사를 늘리는 것이
바로 "인프라확충"이지요"
"인프라" 차원에서 또하나 해결해야 할게 주택문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임대비용이 높아지는 문제다.
그래서 요즘 주택개발업자에게 임대주택단지를 개발토록해 이것을 WDA에서
매입한뒤 LG가족들에게 적정한 가격에 임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주재원 가족들의 정착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질리안 벨의 모습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어떻게 맞아들여야 하는지 느낄수 있었다.
< 카디프=육동인기자 dongi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