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가 GE호의 탁월한 항해사였다면, GE캐피털은 고속순항을 가능케한
"첨단엔진"이었다.

GE캐피털의 지난해 매출증가율은 22%.

그룹 전체 성장률(13%)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증권분석가들은 GE캐피털이 없었다면 90년대 GE의 연평균 성장률이 4%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강력한 엔진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첨단경영기법, 독특한 리스크 관리법, 성장마인드 등을 3대
기둥으로 꼽는다.

* 첨단 경영기법 :GE캐피털은 신용카드, 리스, 보험에서 주택금융까지
무려 27가지의 금융관련 서비스업을 하고 있다.

연간 매출 3백99억달러에 순익 33억달러.

이런 거대몸집이지만 중소기업처럼 날렵하게 움직인다.

우선 본사 스태프가 슬림화돼 있다.

게리웬트(55) GE캐피털 회장밑에는 네이든 사장, 3명의 부사장, 그리고
금융매니저와 리스크 책임자들뿐이다.

27개 사업은 분명한 손익개념아래서 별도기업처럼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유망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부실사업 적자를 메운다는 건 꿈도 꿀수
없다.

부실채권 처리방법도 독특하다.

지난 83년 거래기업인 철도회사 타이거 인터네셔널이 쓰러졌다.

GE캐피탈은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안을 판이었다.

이렇게 되자 GE캐피털은 아예 이 기업을 인수, 기차 리스 업체로 바꿔
버렸다.

이 사업은 지금 흑자행진중이다.

여객기 렌탈 시장여건이 나빠지자 일부를 화물수송기로 개조한뒤 자금을
투자, 화물수송업체인 "폴라에어"를 창립하기도 했다.

* 성장전략 :"아이디어는 자유롭게, 선정은 까다롭게".

이 회사의 신규사업 선정원칙이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아이디어 미팅은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특정 아이디어가 5년안에 5천만달러의 이익을 낼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분위기는 돌변한다.

웬트 회장과 네이든 사장은 그때부터 질문포화를 퍼부어댄다.

예상마진은 얼마인가, 잠재고객은 어느정도인가, 규제문제는 없나 등.

이런 집중사격에서 살아남는 아이디어는 GE캐피털과 GE의 풍부한 자금지원
을 받게 된다.

"기업인수"도 대표적인 성장에너지다.

지난 3년동안 1백18억달러를 투입, 12개기업을 사들였다.

그러나 전세계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알짜 기업을 인수
하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눈을 돌린게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통한 고수익률 달성이다.

일정기간후 해당설비를 되사는 조건으로 기업에 설비자금을 대주는 대출
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GE캐피탈은 적당한 업체를 발굴, 이 중고설비를 판다.

* 리스크(위험)관리 :담보분석능력은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다.

GE캐피털은 담보가치를 정확히 분석해내는 유능한 "자산분석가" 부대를
거느리고 있다.

덕분에 위험해 보이는 투자를 감행하면서도 고수익을 올릴수 있다.

리스크 매니저들을 각 사업부문에 직접 투입하는 것도 독특하다.

이들은 27개사업 본부장들에게 밀착, 고객신용상태 등을 매일 체크하고
조언한다.

리스크 매니저들이 본사에서 원격지원하는 다른 금융기관과는 다른 점이다.

이런 공격적인 GE캐피털이지만 "엄격한 여신기준"만은 철통같다.

5천만달러이상 대출은 웰트 회장의 사인없이 불가능하다.

1억달러를 넘을 경우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는 웰치 GE회장도 참석한다.

"경기침체"는 금융업 최대의 리스크다.

그러나 GE캐피털은 경기침체가 오길 은근히 기다린다.

침체는 자산가치를 끌어내려서,GE캐피털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바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술"이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