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분할" 6.4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투표행태가 한국의 오랜 "고질"일
지역주의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새삼 입증했다.

선거결과가 국민회의 자민련 한나라당에 "6-4-5"의 구도를 안겨준게 이를
반증한다.

비록 부산에서 "무소속의 반란"이 일어났지만 호남, 충청, 영남권 등 여야
각당의 "텃밭"에서는 예정된 결과가 나왔다.

부산에서 김기재 후보가 한나라당 안상영 후보를 물리친 건 한나라당의
공천잡음과 안 후보의 출생지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역의 벽"을
허물었다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영호남 정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95년 선거와 닮았다는 점도 지역주의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가늠케한다.

당시 선거결과는 한나라당 전신인 민자당이 경남.북과 경기 인천에서,
국민회의 전신인 민주당이 전남.북과 광주 서울에서, 자민련이 충남.북과
대전 강원에서 승리했었다.

대구와 제주는 무소속.

크게봐선 여동야서가 여서야동으로 바뀐 셈이다.

지역주의는 이른바 "DJP"연대에 의한 여권 연합후보의 약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여권 후보가 압승한게 이를
뒷받침한다.

접전을 예상했던 경기에서 국민회의 임창렬 후보가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를 눌러 연합공천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손 후보측이 제기한 임 후보의 "환란책임론"등과 "재경호남향우회
결성설"등이 실제 투표에선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40%에 달하는 호남과 충청권 유권자의 몰표가 대세를 갈랐다고 볼 수 있다.

2백32곳의 시장.군수를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여야후보들이 ''적진''
에서 맥을 못추는 등 지역주의가 극에 달했다.

선거결과가 여론조사 추이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결 볼만하다.

법정선거운동개시일(5월19일)전에 조사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결과
임 후보가 지지도 면에서 손 후보를 12% 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볼때 선거운동이 별로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전국 규모 선거중 가장 낮았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51.3%)은 지난 95년 6.27선거의 68.4%보다 17.1%,
최근 선거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96년 4.11총선의 63.9%보다 12.5%
낮은 것이다.

선거기간중 각종 여론조사기관과 선관위의 투표율 예상치(55~60%)도
빗나갔다.

이번 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한데는 몇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선거이슈가 없었다.

대선이 있은지 5개월여만의 선거라 뚜렷한 정치적 쟁점이 없었고
지역주의의 강화로 광역단체장의 경우 몇몇 지역을 빼고는 당선자가
이미 판가름나 있었다.

대도시 지역의 경우 투표소에 들어갈 때각지 후보이름을 모르는 유권자들이
허다했다.

IMF경제위기와 정치에 대한 혐오감 등도 낮은 투표율의 요인이었다.

혼전지역으로 꼽힌 경기(49%)와 부산(46.6%)등지의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게 이를 반증한다.

비교적 지역주의와 무관한 세대로 분류되는 20~30대 젊은층의 선거
무관심도 낮은 투표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이날 날씨가 선선해지자 투표장 대신 산과 들로 나들이를 간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투표참가율이 오전보다 오후 들어 눈에 띄게 둔화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밖에 선거법 개정으로 플래카드와 명함이 사라져 후보들의 면면을
알 방법이 없었던 것도 낮은 투표율을 설명할 수 있다.

한편 강원에서 영동지역출신인 한나라당 김진선 후보가 영서지역출신의
자민련 한호선 후보를 물리쳐 "소지역주의"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 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