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문가가 아닌 것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어느 대기업
간부였던 퇴직자의 고백은 우리사회의 직업별 전문성이 글로벌 스탠다드
(Global Standard)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절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벌써 140만명을 넘어섰다는 실업인구는 지방선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 될 경우 연말까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당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대량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약한 사회안전망구축과 재취업을 위한 직업교육제도를
마련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러한 피할 수 없는 직업의 대이동기에 어느 회사 부회장을 지냈던
사람이 호텔의 웨이터로 취업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온다.

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비록 그를 이전부터 잘 알던 사람들로 부터의
격려든, 잘 모르는 사람들의 호기심이든 간에 이제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늘 아침 어느 호텔식당에서 사용한 접시를 때맞추어 바꾸어주지
않는 종업원에게 불만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똑같은 경우를 당한 필자의 외국손님은 상냥하게 "메르시
마드모아젤 (아가씨 감사합니다)"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같은 상황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이처럼 다를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눈높이를 조절해야 하는
것은 당사자의 몫이라 치자.

호텔 종업원의 서비스에 감사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당당한 직업인으로
대해주는 내앞의 외국신사처럼 우리사회의 직업관을 올바로 세움으로써
이제까지 익숙했었던 것들과 결별을 해야하는 사람들에게 새 출발을 위한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지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