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정책기조를 조심스럽게 바꾸고 있다.

추락하는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긴축일변도의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을 사실상 수정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5일 취임 1백일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재정적자와 통화증발을 감수하겠다"며 "캉드쉬 국제통화기금
(IMF)총재와도 만나 충분히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통화한도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IMF와 재협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는 자금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재경부는 최근 은행임원들을 소집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독려,
12조원의 대출확대를 약속받았다.

금리도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노골적인 인하압력을 넣고 있다.

조만간 당좌대출금리를 비롯한 일반대출과 수신금리도 2~3%포인트씩
하락할 전망이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중단하고 금융기관의 상업적기능을 강화하기로 IMF와
합의했지만 사실상 관치금융방식을 부활시킨 셈이다.

금리인하를 환율의 안정과 연계하기로 한 IMF합의사항보다는 당면한
금융경색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은 지난 1일 범태평양경제학회에서 실업대책재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은 2조~4조원가량 실업재원을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또 현재 3조원으로 예정돼있는 토지공사의 기업부동산 매입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물론 정부가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금융감독위원회는 3일 5대그룹계열사중 부실기업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일정도 1~2개월정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긴축기조에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같이 과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연구기관들은 구조조정에 치우친 나머지 경기침체가 심화돼
잘못하면 산업기반이 와해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연구기관들의 진단을 정부가 일정부분 수용한 셈이다.

재경부관계자도 "최근 발표된 산업활동동향과 국내총생산 수출동향 등을
보면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대해 현오석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근본적인 기조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다만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는 보완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