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은 IMF구제금융신청 11일전인 지난해 11월10일 홍재형
전부총리로부터 전화보고를 받기전까지는 급박한 외환위기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강경식 전부총리와 김인호 전경제수석은 같은해 11월12일 서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김 전대통령이 외부에서 외환위기를 보고받은 것 같다.
우리가 대처해야겠다"고 협의, 외환위기 심각성을 늑장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이명재 검사장)는 5일 강.김씨를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같은 수사결과를 발표, 외환위기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지난 4월 10일 시작된 검찰의 외환위기 수사는 58일만에 종결됐다.

그러나 이번 수사가 정책적 판단을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재판과정에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대통령은 지난해 11월12일 윤진식 비서관과의 독대에서
외환위기 심각성을 자세히 보고받고 경제팀 교체를 윤비서관에게 물어봤다.

이 자리에서 윤비서관은 당시 통산부장관인 임창열씨를 경제부총리로
추천한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해 11월7일 강씨는 8일 외환보유고 현황 등에 감안,
IMF구제금융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우리 경제여건이 좋아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김 전대통령에게 축소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김 전대통령의 답변서 진위여부와 관련, 지난해 10월부터 강.김씨에게서
외환위기를 여러차례 보고받았다는 김 전대통령의 진술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신빙성이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특히 강씨가 IMF 구제금융신청 등 주요정책사항을 후임 부총리인
임씨에게 인계하지 않아 외환위기를 가중시킨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이 중수부장은 이날 "강.김씨의 범죄만이 외환위기 원인의 전부가 아니다"
며 "경상수지 적자, 외채증가, 기업의 과다차입과 금융기관 부실, 외화유동성
부족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외환위기의 제반요소를 수시점검 관리할 경제정책당국자가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