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외환위기 안심할때 아니다..박영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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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10년전엔 어떻게 살았습니까"
얼마전 한 독자는 전화를 걸어 대뜸 이렇게 물었다.
외환위기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전으로 되돌아갔다는데 도대체
씀씀이를 얼마나 줄여야할지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예컨대 경조비를 얼마를 냈었는지, 설렁탕값은 얼마였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신문에 꼭 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경제지표로 보면 한국은 분명 10년전으로 되돌아갔다.
주가는 거의 당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국민들의 체감지표는 어쩌면 10년전보다 더 후퇴했는지도 모르겠다.
실직한 가장이나 일자리를 찾지못한 젊은이들이 느끼는 체감지표는 20년
전보다 못할게 틀림없다.
실망하다못해 허탈감에 빠져있는 국민들이 많다.
IMF위기가 닥쳐온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처음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
궁금하고 불안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6.25이후의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위기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정부의 말대로 외환위기를 한고비 넘겨 개혁에 매진한다면 1년반 이후엔
원상회복하는 것인가.
아니면 6.25때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후퇴하던때처럼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작년에는 환란이 오는 것을 알면서 보고를 하지 않았다지 않는가.
또 중국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우린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젠 정부에서 국민들이 예금한 돈까지 보장해주지 못한다는데 나라살림이
더 어려워진 겁니까"
어떤 은행을 찾아가야 안전한지를 안타깝게 묻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서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환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물론 경제정책 책임자가 국가부도위기를 그대로 국민들에게 밝히기는 쉽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국민불신이 끼치는 악영향을 감안하면 실상을 알리는
일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새정부 들어서도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먼저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못한
데에 있다.
민간기업에선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줄을 잇는데 공무원은 괜찮다는게
대부분 국민들의 인식인 것같다.
공기업 근무자들도 과거보다 어렵고 힘들터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데에 문제가 있다.
굳이 따지자면 잦은 정책변경도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건 불가피하다.
부실기업 정리대상명단을 8일 발표한다고 했다가 20일로 늦춘 것도 그런
사례중의 하나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국민들에게 근거없는 낙관론을 제시해서는 안된다.
근거없는 비관론도 경제회생에 걸림돌이지만 낙관론도 마찬가지다.
1~2년만 지나면 2~3년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것같다.
새집을 짓는 것보다 헌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게 더 힘들다고 한다.
물론 돈도 많이 든다.
우리는 지금 잘못 지어진 헌집을 때려부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해야할
때이다.
우리만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세계공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지
않은가.
국민들이 정부는 믿고 따른다면 경제회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결과에 대해 조급해하더라도 정부는 국민들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지금은 외환위기가 현재진행형이다.
박영균 < 경제부장 yg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
얼마전 한 독자는 전화를 걸어 대뜸 이렇게 물었다.
외환위기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전으로 되돌아갔다는데 도대체
씀씀이를 얼마나 줄여야할지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예컨대 경조비를 얼마를 냈었는지, 설렁탕값은 얼마였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신문에 꼭 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경제지표로 보면 한국은 분명 10년전으로 되돌아갔다.
주가는 거의 당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국민들의 체감지표는 어쩌면 10년전보다 더 후퇴했는지도 모르겠다.
실직한 가장이나 일자리를 찾지못한 젊은이들이 느끼는 체감지표는 20년
전보다 못할게 틀림없다.
실망하다못해 허탈감에 빠져있는 국민들이 많다.
IMF위기가 닥쳐온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처음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
궁금하고 불안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6.25이후의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위기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정부의 말대로 외환위기를 한고비 넘겨 개혁에 매진한다면 1년반 이후엔
원상회복하는 것인가.
아니면 6.25때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후퇴하던때처럼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작년에는 환란이 오는 것을 알면서 보고를 하지 않았다지 않는가.
또 중국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우린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젠 정부에서 국민들이 예금한 돈까지 보장해주지 못한다는데 나라살림이
더 어려워진 겁니까"
어떤 은행을 찾아가야 안전한지를 안타깝게 묻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서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환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물론 경제정책 책임자가 국가부도위기를 그대로 국민들에게 밝히기는 쉽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국민불신이 끼치는 악영향을 감안하면 실상을 알리는
일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새정부 들어서도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먼저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못한
데에 있다.
민간기업에선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줄을 잇는데 공무원은 괜찮다는게
대부분 국민들의 인식인 것같다.
공기업 근무자들도 과거보다 어렵고 힘들터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데에 문제가 있다.
굳이 따지자면 잦은 정책변경도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건 불가피하다.
부실기업 정리대상명단을 8일 발표한다고 했다가 20일로 늦춘 것도 그런
사례중의 하나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국민들에게 근거없는 낙관론을 제시해서는 안된다.
근거없는 비관론도 경제회생에 걸림돌이지만 낙관론도 마찬가지다.
1~2년만 지나면 2~3년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것같다.
새집을 짓는 것보다 헌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게 더 힘들다고 한다.
물론 돈도 많이 든다.
우리는 지금 잘못 지어진 헌집을 때려부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해야할
때이다.
우리만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세계공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지
않은가.
국민들이 정부는 믿고 따른다면 경제회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결과에 대해 조급해하더라도 정부는 국민들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지금은 외환위기가 현재진행형이다.
박영균 < 경제부장 yg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