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구나..."

선가의 유명한 어록이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초월적인 그 무엇엔가 마음을 의지하고자 한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학습이 되어서 나왔건 후천적인 계기로 인해 그리되었건
알게 모르게 초자연적 존재와 관계를 맺고 있다.

무신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면 간절히 특정
종교와 연결되고자 한다.

종교적인 사람, 더 나아가 속세를 떠나 법복을 입거나 사제의 서품을 받는
이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재물이나 명예 등의 세속적인 덕목이 개인의 운명에
없거나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오행의 정리에서 자기자신을 극하는 것을 관이라고 한다.

대개 입산수도하는 사람 혹은 승려, 신부, 수녀, 그리고 목사로서 일생을
사는 사람들은 이 관이 사주에 없는 경우가 많다.

관의 역할은 관리, 감시, 감독하는 말 그대로 관청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없다보니 누구의 간섭도 받기 싫고 정신은 더 없이 자유로운 것이다.

전통적으로 술, 해, 자, 축 네 시는 귀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했다.

이 중 술과 해는 천문이라고 해서 종교적인 덕목과 깊은 관련을 가진다.

사주 운명에 이들이 배속되어 있을 때에도 종교인일 확률이 높다.

일간(태어난 날의 간지 중 간)을 기준으로 자기자신을 생하는 오행을 음,
양의 관계로 갈라 편인, 정인이라는 용어로 부르는데, 고문에 일컫기를
자신을 생하는 오행이 사주에 많을수록 운수객(곧 종교인)이 된다고 되어
있다.

대덕고승이나 일생을 깨끗하게 살다가신 신부님들의 사주는 청하다.

세속의 명리에 초연하여 살 수 있다는 것은 범부로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다.

이토록 종교는 지극히 내밀한 것이어야하는데도 이에 반하는 모습을 가끔씩
접할 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혼탁한 시대일수록 깨끗한 종교인이 그리워진다.

성철재 < 충남대 교수 / 역학연구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