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은행들과 합작, 초대형 리딩뱅크(선도은행:
leading bank) 설립을 추진한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회장)은 9일 "올해안에 국내
4~5대 그룹이 공동 출자하는 국제합작은행을 설립해 리딩뱅크 역할을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대우자동차 군산종합자동차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구조 선진화를 위해 선진 은행과의 합작 은행 설립이 시급하다"며
"이같은 구상을 전경련 회원사들과 공식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선 4대 그룹이 5억달러씩 20억달러를 출자하고 씨티뱅크,
체이스맨해턴은행과 같은 미국계 은행이 20억달러를 출자해 기존 서울은행
이나 제일은행을 인수, 리딩뱅크로 키워 나가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제안
했다.

그는 또 "미국계 은행과의 합작이 잘되면 이후에 재계는 유럽, 일본계
은행 등과도 같은 방식으로 합작해 모두 3개 정도의 리딩뱅크를 국내에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합작은행의 경영방식과 관련, "국내 대기업은 경영에는 참가하지
않고 투자가로 남게 되며 2~3년뒤 대기업 지분 50%를 합작 파트너인
외국은행이 사는 조건을 걸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
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의 주요인은 금융의 낙후성에 있다"고 지적
하고 "금융구조를 선진화하지 않으면 제2의 환난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기업구조조정과 관련, "5대 그룹 계열사도 앞으로 회생할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퇴출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강제 퇴출이후 남은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금 상환유예나 출자전환 등 지원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에 대해 "대우 현대 기아가 각각 1개 라인씩을
뜯어 외국에 수출하면 공급과잉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법정관리중인 회사의 인수문제를 논의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면서도 "결국 기아 정리방침이 확정되면 자동차사업
경험이 많은 현대와 대우가 남는 것 아니냐"고 말해 현대 대우 공동 인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올해는 무엇보다 경상수지 5백억달러 흑자 달성이 우선"이라고
전제하고 "이는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군산=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