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대그룹을 포함하는 부실계열사정리를 거듭 강조하면서 재계의
관심은 퇴출기업선정후 정부의 후속조치에 쏠리고 있다.

살생부포함여부보다 퇴출기업선정이 가져올 후유증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대그룹 구조조정 담당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은 퇴출기업의 부채와
기존 우량계열사와의 상호지급보증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실기업과 우량기업의 고리를 어떻게 끊는지에 대한 세부
방안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 불안해 하고 있다.

K그룹의 한 임원은 "은행이 퇴출기업의 부채를 기존 우량계열사에 일방적
으로 떠넘길 경우 부실기업퇴출에 따른 효과를 전혀 볼수 없고 오히려
우량회사가 불실화 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임원은 해태그룹의 사례처럼 은행권이 부채의 일부를 탕감하는 방식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안을 정부와 은행이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후속조치만 마련된다면 퇴출기업선정을 통한 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더욱이 5대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들은 오는 20일 일부부실 계열사가
퇴출대상기업에 오르면 그룹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자력으로 구조조정의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 그룹의 생사여탈을
주거래은행에게 내맡기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30대 그룹중 10여개 그룹은 속수무책으로 정부 및 은행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적절한 후속조치가 없다면 20일 이후 살아남을 그룹이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H그룹의 한 관계자는 "퇴출기업선정에 따른 파장을 잘 알고 있는 주거래
은행이 우리 계열사는 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선정된 기업의 퇴출방법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20일 부실징후기업으로 판정될 경우 기업이 알아서 매각이나 청산절차를
밟는 것인지 아니면 금융기관이 주도적으로 정리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그룹들은 부실기업을 청산하는데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력 퇴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다.

부실기업이 신속하게 퇴출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부실판정을
받게될 경우 감당해야할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그룹의 한 관계자는 "부실기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후대책에
대한 논의조차 없어 관련 그룹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기업 퇴출선정이후 정부의 대기업개혁 정책방향에 대한 궁금증도
적지 않다.

전경련관계자는 "업종이 중복되는 자동차 석유화학분야에서 앞으로 정부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 어떻게
구조조정전략을 세워야 할 지 관련그룹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부실기업퇴출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부적인 후속조치를
서둘러 마련한 후 퇴출기업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