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제2의 인도네시아"가 될 것인가.

말레이시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주가와 통화가치가 속락하자
이같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부총리경 재무장관은 9일 말레이시아가 정치및 경제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인도네시아 처럼 대격변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스타지와의 회견에서 개혁의 필요성과 함께 사회 전반적인
취약점들을 시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말레이시아 고위정부관리가 대놓고 국가위기상황을 거론하기는 올들어
처음이다.

그만큼 말레이시아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8%로 추락하고 주가는
올들어 지금까지 16%가량 떨어졌다.

안와르 부총리는 마하티르총리처럼 말레이시아경제가 곤경에 처한 것은
서방자본주의가 장악하고 있는 잘못된 국제금융제도 탓이라고 공격하면서도
국내 자체적인 잘못도 인정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이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이 개혁을
요구했던 인도네시아같은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까지 언급, 주변을
놀라게했다.

이같은 발언은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해 말레이시아 링기트화가
급락하는 사태를 몰고왔다.

이날 링기트화 가치는 미달러당 3.9850링기트로 전날보다 2%이상 하락,
그의 발언이 갖는 의미를 짐작케 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정책을 둘러싼 마하티르 총리와 안와르 부총리간의
불협화음설도 유포되고 있어 정국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경기회복을 위한 금리인하를 원하는 데 반해 안와르
부총리는 통화가치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중앙은행총재는 사임을 고려중이라는
설도증시에 나돌고 있다.

심각한 경제난에다 정부 최고위층간 협화음마저 새나오고 있는게 오늘의
말레이시아 상황이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가 아시아경제위기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훈 기자 leehoon@>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